[전문가 기고] 부동산 주체들의 동상이몽
[전문가 기고] 부동산 주체들의 동상이몽
  •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 kingyoon@r114.com
  • 승인 2021.09.2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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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부동산 가격을 움직이는 변수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공급뿐만 아니라 수요와 거래량, 경기변동, 금리, 유동성, 정부, 정책, 세금, 대출, 개발이슈, 교통호재, 소득 증감 등등 수백~수천가지에 이른다. 다소 수학적으로 움직이는 금융 시장과 달리 부동산 시장은 미래 전망이 더 어려운 곳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위 변수들을 움직이는 정부와 공급자, 수요자 등의 주체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가지고 시장에 임하는지 심리상태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와 공급자 그리고 수요자가 각각 따로 노는 시장에서 시장 변수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현재 부동산 시장 주체들의 동상이몽 상태는 매우 심각하다. 특히 정부가 주체들의 내부 관점을 명확히 고려하지 않고 인기 영합의 정책들을 성급하게 추진할 경우 주택시장 안정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이번 기고를 통해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들의 관점과 심리 상태 등을 다뤄보고자 한다. 

우선 정부 그리고 여당의 관점을 살펴보면 뒤늦게 공급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하고, 크게 보면 3가지 방향에서 공급량 확대를 꾀하고 있다. 신도시 및 신규택지 지정, 정부 유휴 부지 활용, 공공주도의 정비사업 등이다. 문제는 공급에는 최소 2~3년 이상의 시차가 필요함에도 세금과 대출 등을 통한 수요 유입 억제는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부작용이 많은 임대차3법을 고수하다 못해 이제는 신규 계약 건에 대한 상한제까지 검토하고 있다. 여기서 정부의 속마음은 그동안 엇박자 난 정책의 매듭을 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임기가 9개월 정도밖에 안 남았고, 대선 정국이 본격화된 상황이어서 정책 운신의 폭도 좁다. 이렇게 심리적으로 쫓기다 보니 후분양을 선호하던 정부가 사전청약과 비주택에 대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다.

그럼 공급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우선 신축 주택을 공급하는 시공사와 시행사는 분양가 통제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따른 수익 감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시행과 안전진단 규제에 따른 도심 정비사업 조합의 불만 사항 증가 등을 이유로 주택을 적극적으로 공급하기보다는 규제가 덜한 비주택(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오피스) 공급에 되려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최근 비주택 시장이 주택시장만큼 뜨겁게 변하면서 골치 아픈 주택시장에서 더더욱 고개를 돌려버리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 주택의 공급자에 해당하는 1주택자와 2주택자 그리고 다주택자의 마음은 어떨까? 1주택자는 대출규제로 인해 갈아타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2주택자는 양도세 중과에 더불어 취득세 중과로 인해 다시 2주택자가 되기 힘들므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임대사업자 등록과 증여 등으로 우회하고, 세금 중과분을 월세로 돌려 세입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즉 신규든 기존이든 주택 공급의 주체들이 모두 공급자로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수요자의 심리상태도 한번 살펴보자. 주택 수요층은 전국의 무주택자 888만가구(2019년 기준)와 주택이 있지만 갈아타려는 수요도 일부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주택가구를 연령별로 나눠서 살펴보면 △30세 미만은 89.4%(142만가구) △30~39세는 58.7%(183만가구) △40~49세는 40.9%(174만가구) △50~59세는 36.6%(175만가구) △60세 이상은 32.5%(213만가구)가 무주택이며,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의 무주택가구는 약 460만가구 수준이다. 문제는 주택 매입의 주축으로 최근 2030세대가 새롭게 진입하면서 과도한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1~2인 가구 분화는 덤이다. 일반적으로 40세 이전에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경우는 부모 세대의 지원이 없다면 사실상 힘들다. 즉 젊은 세대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이들이 부모 세대의 지원을 활용한 패닉바잉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보급률은 105% 시대로, 주택 절대량이 가구 수를 넘어섬에도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들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종합해 보면 부동산 주체 중 정부는 공급 의지만 있지 실제 규제 완화를 추진하기에는 시간과 정책 등 모든 부분에서 운신의 폭이 좁다. 마음만 급하지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공급자는 지금의 규제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공급 주체로 나설 마음이 없다. 특히 기존 주택시장의 주택 소유자들도 세금 이슈로 인해 버티기(매물 잠김)에 나섰다. 그런데 수요층에서는 2030세대가 적극적으로 들어올 정도로 병목현상이 심화됐다. 특히 권리만 있고 실제 물건은 없는 사전청약보다는 기존 매물에서 적극적으로 물건을 찾으면서 매물이 씨가 마르고, 주택과 비주택 모두에서 청약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이르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과거 이 정도까지 부동산 주체들의 마음이 따로 노는 상황을 목도한 바 없다. 꼬일 대로 꼬인 시장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기까지, 그리고 정부와 공급자, 수요자가 서로 협력하는 공생의 생태계로 다시 전환되기까지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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