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헝다, 디폴트 위기감 고조···"파산→국유화 수순" 관측
中 헝다, 디폴트 위기감 고조···"파산→국유화 수순"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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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등네트워크 등 홍콩증시 상장 계열사 주가 급락
인민은행, 5일 연속 유동성 공급···시장 불안 해소
중국 최대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헝다그룹이 18일 투자자들에게 부동산으로 대체 상환하겠다고 긴급공지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350조원대 부채를 짊어진 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국 2위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23일로 예정된 달러 채권 이자 지급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헝다가 발행한 달러 채권을 보유한 한 미국 투자자는 전날까지 헝다로부터 이자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등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자가 지급되지 않았으며, 헝다 쪽은 이자 지급과 관련한 질의에 답변도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 홍콩증시에서 헝다그룹 뿐 아니라 항등네트워크, 에버그란데 프로퍼티 서비시스 그룹, 헝다뉴에너지자동차 등 계열사들의 주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헝다는 23일 달러 채권 이자 8350만 달러(약 993억원)와 위안화 채권 이자 2억3200만 위안(약 425억원)을 채권 보유자들에게 지급해야 했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헝다는 지난 22일 공고를 내고 2억3200만 위안의 위안화 채권 이자 지급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헝다가 온전히 이자를 지급한 것이 아니라 채권 보유 기관과 사적 협상을 통해 이자 전체 또는 부분 지급 시한을 연장하는 등의 미봉책을 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헝다는 23일 달러 채권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낸 적이 없다.

이런 가운데 헝다가 결국 전날 달러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헝다는 실질적으로 디폴트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달러 채권 계약서 상으로 예정일로부터 30일 이내까지는 이자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도 공식 디폴트를 낸 것으로 간주하지는 않는다. 시장에서는 결국 헝다가 근본적인 유동성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30일 동안 시간 끌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싱가포르의 프린서플 글로벌 투자의 아시아 부문장인 호위청완은 로이터 통신에 "누구도 큰 리스크를 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으스스한 침묵의 시간에 들어섰다"며 "헝다와 같은 규모의 전례가 없었기에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중국이 (국경절) 휴일에 들어가기 전까지 향후 10일 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중국 정부가 헝다의 파산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등의 직접 개입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중국 당국은 헝다에 대한 직접 지원 대신 금융시장 안정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중국 당국 주도의 채무 조정 등 구제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헝다가 결국 디폴트를 선언하고 파산 절차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대두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에 따르면 일부 (헝다 채권) 보유자들은 목요일 지급되었어야 할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한 상태"라고 전했다.

헝다의 2대 주주인 차이니스 이스테이츠 홀딩스(華人置業)가 23일 1조원대 투자 손실을 감수하고 보유 중인 헝다 주식 전량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탈출 대열'에 동참하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헝다 사태와 관련한 구체적인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당국이 사회경제적 파장을 통제하기 위해 헝다의 핵심인 부동산 사업 부분을 떼어 국유기업으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편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속에 5거래일 연속 대규모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인민은행은 1200억위안(약 21조8100억원) 규모의 역(逆)환매조건부채권(RP·레포)을 매입한다고 이날 밝혔다. 이날 회수되는 역레포 규모를 감안하면 700억위안(약 12조7000억원)을 순방출한 셈이다.

인민은행은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5거래일 연속 방출한 유동성 규모는 5600억위안에 달한다. 헝다의 부채 위기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의도라는게 시장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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