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SG 시대, 중소기업이 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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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올 초부터 국내 산업계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열풍이 뜨겁다.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경영 화두로 'ESG'를 꺼내 들었고 기업의 대외적 이미지와 관련한 수많은 활동을 'ESG 경영'이란 단어로 설명하고 있다. 또 앞다퉈 이사회 산하 ESG 위원회를 꾸리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처지가 다르다. 대기업과 언론, 정부 등은 연일 ESG 경영을 강조하지만 중소기업에는 여전히 먼나라 이야기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300개 중소기업 대상 'ESG 애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ESG 경영 도입이 필요하다'라고 느끼는 중소기업은 53.3%였으나 '경영 환경이 준비돼 있지 않아(전혀 52.7%·거의 36.7%) 도입이 어렵다'고 느끼는 기업이 89.4%에 달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ESG와 관련해 단어적 인지도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뭘 준비하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느끼고 있는 게 중소기업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산업계에 ESG 경영 열풍이 불어닥쳤지만 중소기업은 무방비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해외거래처 등으로부터 ESG 평가를 요구받고 있다. 특히 이 평가는 납품 등 실제 거래 영향을 주는 결과까지 이어진다. 최근 모 대기업의 경우 협력사에 대해 ESG 관련 기본 자격을 실시하고, ESG 활동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기도 했다. 평가 미달 시에는 개선을 유도하고 미개선 시에는 납품을 제한하는 등 패널티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제 중소기업에도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버렸다. 생소하고 어려운 숙제가 당장 눈앞에 놓이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은 ESG 경영 도입 및 실천 시 애로사항으로 물적·인적 비용부담, 관련 지원 부족 등을 꼽았다. 한정된 자원과 인력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기관마다 각기 다른 ESG 평가 기준에 하나하나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오는 11월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은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을 제정하기 위해 '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ISSB)' 창설하고 2022년 내 기후 변화 관련 기준을 만들어 발표할 계획이다. 우리 금융당국은 오는 12월까지 범부처 합동으로 K-ESG 지침을 마련하고, 2025년부터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ESG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그 흐름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산업의 뿌리인 중소기업이 소외되거나 뒤처지지 않고 ESG 경영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자금, 진단·컨설팅, 기술지원, 인력 양성 등 다양한 지원사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최근 조사와 관련해 "정부가 마련 중인 K-ESG 지표에 대·중기 공정거래 지표를 세분화·확대하고, 대기업은 저탄소 경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협력사에 대한 일방적 평가가 아닌 ESG 도입 및 탄소 중립 추진을 위한 설비구축 등 상생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 단순히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미래 가치를 위한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장기간 고비용의 투자를 요하더라도 차근차근 ESG 경영의 틀을 만들고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은 당연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명운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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