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특별했던 국군의 날 행사
[홍승희 칼럼] 특별했던 국군의 날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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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주일이나 지난 일이지만 올해 국군의 날 행사는 매우 특별했다. 역대 국군의 날 행사 중 가장 흥미진진했다.

해마다 국군의 날 행사를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억 속의 이날 행사는 늘 각군 의장대와 군악대들이 행진하고 군 경험이 없는 일반 국민들이 보기엔 뭔지 잘 알지도 못할 각종 무기들을 싣고 서울 도심을 퍼레이드 하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뻔한 양식이었다. 그런데 근래 들어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국군의 날 행사는 육해공 각 군을 돌아가며 집중적인 무력을 국민들 앞에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중에서도 해병대가 있는 영일만 일대에서 치러진 올해 국군의 날 행사는 좀 더 박진감이 넘쳐 보였다. 해병대의 상륙작전을 시연한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올해는 최근 주변국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계속 국산 신무기들을 뽑아내더니 육해공 전군의 합동작전으로 상륙작전이 펼쳐지며 마치 한편의 전쟁영화를 보는 것처럼 화려하게 펼쳐졌다.

대개 국군의 날 행사는 보유한 신무기를 선보이며 주변국에 대한 무력시위를 벌이는 의미가 있었다. 올해는 거기 더해 3군 합동 군사훈련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을 향해 전시작전지휘권을 어서 되돌려달라는 시위의 성격도 있었던 듯하다.

국내 제1야당에서는 여전히 작전지휘권을 미국이 행사하라고 매달리지만 적어도 국방과 외교 중 그 어느 하나라도 남의 손에 맡겨두고서야 온전한 독립국가라고 말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제 한국의 국방력은 세계6위니, 7위니 하는 수준인데 언제까지 다른 나라에 제나라 안전을 기대야 하나.

당초 우리의 작전지휘권이 미국에 넘어간 것은 6.25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군에 지휘권을 넘김으로써 시작돼 벌써 70년을 넘겼다. 사실상 한국 주둔 유엔군이 해체되면서 자연스럽게 미군이 이를 승계한 모양새가 됐지만 유엔군 해체 당시 환수됐어야 마땅했다.

다만 당시 정권에서는 미약했던 한국 국방력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한미군이 철수할까 두려워하다보니 제대로 작전권 환수 요구를 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몇몇 정신 나간 정권을 빼곤 박정희 정권에서부터 역대 정권들이 꾸준히 작전권 환수를 추진했다.

미국은 한국의 작전능력을 핑계로 작전권 환수를 미루다 김영삼 정부에서 평시작전권은 한국군에게 이양한다는 사탕발림을 했다. 남북한 종전도 안 된 한반도 상황자체가 준전시 상황인데 평시작전권이란 말장난에 불과해 보이지만 어쨌든 한걸음은 진전된 셈이다.

그러나 미군 주둔에 반대할 것을 염려해서인지 전시작전권은 미국이 도통 놓을 마음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런저런 핑계로 시간을 끌어왔다. 특히 공식적으로는 한국군의 작전능력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지만 아마도 한국군의 보안의식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지 않은가 싶다.

6.25 전쟁 기간 중 한국군과 작전협의를 하고나면 불과 몇 시간 만에 북한군에 정보가 새는 경험에 미군 지휘부가 치를 떨었다고 한다. 양국군 최고위급만의 비밀 작전회의조차 새어나갔다고 하니 미군이 그럴 법도 했다. 그런 점에서 아프가니스탄 철수작전이 한국 측 철통보안 속에 성공한 것을 미국이 그토록 높이 평가한 측면도 있지 않나 싶다.

그런 점에서 이번 국군의 날 행사는 한국이 미국에게 보내는 강력한 전시작전권 반환요구가 담겨있음이 분명하다. 우리의 합동작전 수행능력을 보여주면서 또한 가장 강력한 비밀병기들은 감춰둔 채로 최신 무기들을 한껏 활용해 보일 수 있는 위용은 맘껏 뽐냈으니까.

사실 근래 들어 한국산 최신무기들은 미국까지도 놀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도체 강국 소리를 듣는 한국답게 최첨단 무기들을 거침없이 빠른 속도로 개발해내고 또 그만큼 빠르게 실전배치 시키는 과감한 기동력까지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웃국가들이 긴장할 정도의 강력한 전략까지 세우는 한국군에 대해 미국이 더 이상 한국군의 작전능력 운운하며 전시작전권을 고집할 근거는 이제 없어졌다.

한국군 전시작전권에 대한 미국의 집착을 배제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개발한 것도 있겠지만 그 덕분에 이제 한국은 자체 방어력과 전투력도 주변국이 섣불리 덤비기 힘든 수준으로 높아졌고 동시에 세계적인 방산무기 수출국까지 됐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이 전쟁은 인류문명을 삽시간에 초토화시키는 동시에 수많은 신기술을 발전시키기도 한다. 한국은 이제 그런 역설적인 문명사의 흐름 위에 스스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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