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 703조4416억
금융당국의 '6%대' 모호한 기준에 희망 걸어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주요 시중 은행들의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이미 연초 억제 목표로 잡은 5%에 달해 NH농협에 이어 다른 은행들도 연말까지 잇따라 일부 대출 창구를 아예 닫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은행들이 이미 가계대출 한도를 거의 소진한 상태여서 연말까지 4분기엔 은행별 경쟁은 차치하고 이미지 관리 차원의 버티기가 유일한 전략이 될 판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5∼6%', '6%대' 등으로 언급하면서도,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그나마 희망이라면 희망이다. 이른바 '유도리(융통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지난 7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4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12월 말(670조1539억원)과 비교해 4.97% 늘어난 규모로, 연초 당국이 제시한 증가율 목표(5∼6%)의 하단까지 차올랐다.
은행별 증가율을 보면 NH농협(7.14%·126조3322억→135조3581억원)이 가장 높고, 하나은행(5.23%·125조3511억→131조9115억원)이 뒤를 이었다. KB국민은행(5.06%)도 지난달 말 4.90% 이후 1주일 만에 0.16%포인트 올라 5%를 넘어섰다.
우리은행(4.24%·130조3528억→135조8842억원)도 이달 말이나 다음 달께 5%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다만 신한은행(3.16%·126조2621억→130조2476억원)의 경우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올해 들어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5.09%(473조7849억→497조8958억원), 신용대출이 10.14%(117조5013억→129조4215억원) 불었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은 무려 9개월여만에 105조2127억원에서 121조7112억원으로 15.68%나 뛰었다.
올해 불어난 가계대출(33조2877억원) 가운데 약 절반(16조4985억원·49.56%)이 전세자금대출인 셈이다.
이처럼 가계대출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자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은 이달부터 아예 영업점별로 대출 한도를 정해놓고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다. 영업점 한도금액이 초과하면 월초라도 상관없이 해당 지점의 가계대출을 중단하는 방식이다.
하나은행은 오는 15일부터 KB국민은행과 마찬가지로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전세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
상호금융인 수협중앙회도 이달부터 모든 조합원·비조합원 대상 신규 가계대출을 멈췄다.
지난 5일 출범한 토스뱅크의 경우 벌써 가계대출 잔액이 당국이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최대 한도(5000억원)의 절반에 이르러 조만간 대출 문을 닫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가계대출 속도가 줄기 어려워 은행들 대출 중단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단 전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