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금리인상 11월로 미루고 경제성장률은 유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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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10월 정례 회의···기준금리 0.75% 동결 결정
글로벌 인플레 압력 속 경기 회복세 둔화, 하방 압력 커져
이 총재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금리 수준, 여전히 완화적"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1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 속에 지난 8월 '초저금리 시대'의 막을 내렸지만, 이달 동결 결정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무엇보다 대내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최근 경기 상황을 바라보는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주열 총재가 직접 내달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서는 등 한은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관측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75%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빅컷'(1.25%→0.75%) 및 5월 추가 인하(0.75%→0.50%)를 단행하는 등 올해 7월까지 열린 10차례 회의에서 모두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이후 한은은 1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8월 1년2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을 들여다보면 한은은 현재 대내외 여건상 금리인상기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나,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 7일 발표한 '경제동향 10월호'에서 "최근 대면 서비스업 부진으로 회복세가 둔화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경기의 하방 압력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9월 '완만한 경기 회복세 유지'라는 표현을 쓴 지 한 달 만에 달라진 평가다.

우선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11일(현지시각)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80.52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WTI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 10월31일 이후 7년 만이다. 천연가스 가격도 최근 100만BTU(열량단위)당 6.31달러까지 치솟았다. 석탄 역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톤당 200달러를 넘어선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등이 추진되면서 친환경 규제가 가중되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그린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실물경기·금융시장도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우리나라의 8월 전(全)생산업지수는 111.8로 전월 대비 0.2% 감소했으며, 생산·소비·투자 모두 둔화했다. 기업 경기 인식 수준을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도 지난달 제조업·비제조업 경기의 체감 수준은 모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협상 난항, 중국 민간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위기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 내 '리스크오프(위험자산회피)' 심리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에 미국 국채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물 금리는 1.6%를 웃돌았으며, 코스피는 반년 만에 2900선 초반대로 고꾸라졌다. 한국의 수출 기조는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환율 역시 강(强)달러 기조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1200원선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한은은 근원인플레이션율을 지난 8월 1%대 초반에서 이달 1%대 후반 수준으로 상향 전망했으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물가 전망과 비교해 볼 때 대내외 여러가지 변화가 관측됐는데, 특히 국제유가 상승세가 더욱 확대됐다는 점이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라면서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도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고, 이에 따라 각종 상품가격 에너지 가격의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또 중국 헝다 사태, 전력난 등으로 대외 여건의 리스크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다만 이번 결정에도 금리인상기라는 점에선 변함이 없다. 한은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통해 금리 인상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 총재는 "지난번 금리 인상으로 통화정책의 실질적인 완화 정도는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실질 금리 수준 외 여러가지 경제 지표 등으로 본 현재의 금융여건은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내달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업계의 관측에 대해 "인상 시기를 특정할 수 없다"면서도 "한 차례 금리 인상만으로 정책 효과는 곧바로 가시화할 순 없다. 금융불균형 지속 및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경기 회복 흐름이) 우리의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다음번 회의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업계에서도 한은이 잇따라 금리 인상 결정을 내놓기보다는, 한 차례 쉬고 내달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대외적으로 11월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개시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국내 가계부채 누증과 높은 물가 오름세 등까지 고려할 때 추가 인상을 지체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올해의 마지막 금통위는 오는 11월25일 열린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내달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과 함께 내년 중반 정도로 추가적인 인상에 나서지 않을까 예상한다"면서 "이번 금리 인상사이클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1.25%)보다 높은 1.5%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미국 연준에서 오는 2023년까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 등을 고려할 때 한은도 2023년까지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간 기준금리 격차는 0.50~0.75%p 유지됐다. 연준은 지난해 3월 기존1.00~1.25%에서 0.00~0.25%로 1%p 인하한 뒤 현재까지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해오고 있다. 이번 회의는 박기영 금통위원이 새롭게 참여한 가운데 전체 7인 중 임지원 위원과 서영경 위원 등 2명이 '0.25%p 인상'의 소수의견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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