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기본금융' 공약에···금융권, 실현 가능성 '글쎄'
이재명표 '기본금융' 공약에···금융권, 실현 가능성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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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에 1000만원 저금리 대출···가수요 폭발 우려
금융당국 대출규제 기조와 배치···부실대출 대책 미흡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리는 제35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리는 제35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이 후보의 대선 공약인 '기본금융'에 주목하고 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 후보의 '기본시리즈'(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 공약 중 '기본금융'은 최대 1000만원을 장기간(최대 20년) 저리에 대출해준다는 내용이다. 신용등급이 낮거나 금융이력이 없다는 이유로 고금리의 대출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도록 제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금융 공약을 두고 현실성에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공약에 따라 정부의 100% 보증이 들어가는 기본금융을 실현하려면 막대한 재정 투입이 필요해서다.

국내 가계부채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800조원을 넘어서면서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서는 등 부채 관리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전국민에게 저리로 대출을 공급한 데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경기도 청년기본금융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해당 조례안은 이 후보의 대선 공약인 '기본금융'을 경기도 내 청년층에게 시범 실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청년기본금융은 소득·자산 등과 관계없이 만 25~34세 청년에게 저리로 500만원까지 빌려주는 '기본대출'과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이에 대한 장려금을 지급하는 '기본저축'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기본대출의 경우 상환기간이 최대 10년인 마이너스통장(마통) 형식으로 공급되며 금리는 3% 이내 수준으로 산정될 예정이다.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마통 평균금리가 연 3.51%인 점을 고려하면 시중은행 수준의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셈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내주고, 부실에 따른 손실을 경기도에서 보전해주는 구조다.

이 후보의 대선 공약인 기본금융은 이번 청년기본금융의 상위 버전이다. 기본 구조는 비슷하나 청년층이 아닌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최대한도 1000만원으로 하고 있다. 이 후보에 따르면 기본금융에는 정부 보증이 100%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 보증이 100% 들어가는 만큼 대출을 공급하는 금융회사에는 손실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부실대출에 따른 연체율 상승 등의 우려에 대해선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 만 20세 이상 국민 약 4300만명에게 1인당 1000만원씩 대출해줄 경우 대출금만 430조원이다. 제2금융인 신용카드사들의 평균 연체율이 1%대인 점을 고려해 계산하면 연체액만 매년 4조원대 이상이다. 한 은행에서 연간 벌어들이는 순이익이 2조원이 채 안된다는 점에서 부실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에서 100% 보증을 해준다면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할 리스크는 없는 셈이지만 연체는 계속 잡힌다"며 "신용등급이 9등급인 저신용자인 경우 카드 연체율이 10% 후반에 육박하는데, 이런 요소까지 모두 계산하면 연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단순 계산해서 정부 재원만 400조원 가까이 들어가는건데, 100% 보증 자체가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공약을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보증비율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데, 그 손실을 온전히 은행이 떠안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기본금융 공약은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 기조와도 결이 다르다. 가계부채 폭증세가 이어지면서 당국이 추가 대책을 예고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대출을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리의 기본금융은 대출 가수요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사업이다.

최근의 가계부채 문제는 자산시장 거품(버블)과 관련이 깊다. 코로나19 이후 투자 목적의 대출이 크게 늘었고 유동성이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 자산시장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자산가격은 급등하는 등 금융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진단이다. 저리로 대출을 내주는 기본금융이 이같은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은 '신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개인의 신용등급에 따라 적정한 대출금리와 한도가 책정돼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원칙을 모두 뛰어넘어 저금리로 제약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면 대출이 필요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일단 받고 보는, 가수요가 폭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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