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경영' 시동건 현대重···정기선 신임 사장 과제는?
'3세경영' 시동건 현대重···정기선 신임 사장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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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사장 승진···지주 지분 확대 위한 상속세 해결 '화두'
'그룹 3대축' 조선·에너지·건설기계 부회장에 가삼현·한영석·강달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사진=현대중공업 그룹)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 (사진=현대중공업 그룹)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또 조선과 에너지, 건설기계 등 그룹의 주요 사업을 부회장 관할 체제로 두기로 하고 4명의 부회장 승진 인사도 냈다. 정 부사장의 승진으로 그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이어오던 그룹의 전통을 깨고 3세 경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대규모 인수합병(M&A) 후 안정적 통합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아울러 오너 경영을 완성하기 위한 지분 승계 및 상속세 문제, 수익구조 개선, 안전 문제 등 현안들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두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전날 정 부사장의 사장 승진을 포함해 이 같은 내용의 사장단 내정 인사를 단행했다.

정 신임 사장은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현대중공업지주와 조선 사업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도 맡게 됐다. 이로써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 지휘봉을 잡고 그룹경영의 최일선에 서게 됐다. 사실상 3세경영의 신호탄이다. 

1982년생인 정 사장은 2017년 부사장 승진 이후 2018년부터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그룹의 미래 성장 기반 마련에 집중해왔다.

그룹은 또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손동연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 4명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현대중공업그룹에는 2019년 당시 권오갑 부회장의 회장 승진 후 부회장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룹 관계자는 "조선·에너지·건설기계 등 3개 핵심 사업 부문에 부회장을 선임해 부문별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향후 정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도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조선부문 중간지주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부회장에 가삼현 사장을, 핵심 계열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에 한영석 사장을, 현대건설기계 중간지주 현대제뉴인 대표이사 부회장에 손동연 사장을, 정유부문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부회장에 강달호 사장을 승진 발령했다. 

또 정 사장과 함께 현대글로벌서비스 공동대표를 맡았던 안광헌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이기동 현대글로벌서비스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오일뱅크 생산기획통인 주영민 글로벌사업본부장도 사장으로 한 단계 오르며 공동대표를 맡게 됐다. 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 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균 사장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에 내정돼 한 부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게 됐다.

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회사인 현대제뉴인에는 손 부회장이 기존 조영철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로 내정됐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조 사장과 오승현 부사장 공동 대표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현대건설기계 대표이사에는 최철곤 부사장이 내정됐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의 키워드가 ‘승계’와‘통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인사를 통해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와 한국조선해양 등 그룹의 중추를 맡게 돼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와 함께 정 사장의 상속세 문제 해결은 앞으로 그룹 오너 경영 완성 여부를 결정 지을 첨예한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정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며 3세 경영의 신호탄이 쏘아졌지만, 이같은 오너 경영을 완성하기 위해선 지분 승계를 해결해야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사장이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의 지분은 5.26%에 그친다. 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26.60%), 국민연금(10.63%)보다 부족한 수치다. 앞서 정 사장은 지난 2018년 3월 현대중공업지주로부터 분할된 현대로보틱스의 지분 5.1%를 KCC로부터 3540억원에 매입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섰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정몽준·정기선 부자와 아산사회복지재단(1.92%), 아산나눔재단(0.49%), 자사주(10.5%) 등을 포함한 지분이 45%에 달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낮다. 다만, 정 사장은 지주사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의 지분이 거의 없어 정 이사장의 지분을 승계받기 위해 막대한 상속세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대중공업지주의 12일 종가(6만4700원)를 고려하면 정 이사장의 지분 가치는 약 1조3594억원에 달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3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선 최고 세율인 50%가 적용되고, 대주주 경영권 포함한 주식에 대해선 60%까지 과세된다.

만약 당장 정 사장이 부친의 지분을 증여받는다면 지분 가치 60%에 달하는 8400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향후 상속으로 주식을 물려받을 경우 상속일 전후 2개월 평균 주가로 지분 가치가 산출되기 때문에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재계에선 정 사장이 배당금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동시에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 등으로 지분 가치를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정 사장의 취임 이후 당장 직면할 경영 이슈로 그룹의 대표 산업인 조선부문의 흑자경영 달성이 꼽힌다.

올해 조선업은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전 세계 발주량이 크게 확대되면서 수주 훈풍이 불고 있지만 원가 부담에 적자 상태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4천22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653억원)와 비교해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1조9천46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고, 당기손익 역시 3천515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선박 수주가 늘어나면서 흑자경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강판) 가격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모회사 한국조선해양은 향후 납품받을 후판을 위해 올해 2분기 8960억원의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하기도 했다. 

이외, 현대중공업 그룹이 추진중인 대우조선행양 인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및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 역시 정 사장이 딛고 넘어서야 할 굵직한 과제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에 대한 EU의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수에 결정적 역할을 할 EU의 기업결합 심사가 재개되지 않아 두 조선사의 연내 결합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심사 기한을 연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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