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재개에도 은행창구 '한산'···실수요자 심사 강화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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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은행권, 18일 전세대출 중단·제한조치 정상화
전세대출, 증액분 내 한도축소···잔금일 전 신청해야
NH농협은행이 중단했던 전세자금대출을 재개한 18일 서울 시내 농협은행 본점영업부 개인대출 상담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NH농협은행이 중단했던 전세자금대출을 재개한 18일 서울 시내 농협은행 본점영업부 개인대출 상담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18일인 이날부터 전세대출 중단·제한조치를 해제한 가운데 대출문의·신청 고객이 몰리는 등의 영업점 혼란은 적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전세대출을 총량 규제에서 제외함에 따라 연말까지 시간적 여유가 생긴 데다 은행들이 실수요 심사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대출 가수요 발생 여지가 줄어들었을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 8월 24일 중단했던 전세대출을 이날부터 재개했다. 금융당국이 실수요자 피해를 막기 위해 올해 대출 총량규제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전세대출 공급 여력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 7월 말 가계대출 증가율이 7.1%를 기록하는 등 당국 가이드라인(6%대)을 넘어서자 8월 말부터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등 신규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농협은행 외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도 이날부로 전세대출 제한 조치를 정상화했다. 국민은행은 영업점별 월 대출한도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하기로 했고, 우리은행은 전세대출 한도를 추가 배정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대출모집인을 통한 전세대출 5000억원 제한 조치를 풀었다.

이날 은행들이 일제히 전세대출 제한 조치를 해제하면서 대출문의·신청 폭주를 예상하는 시각도 일각에서 나왔지만 영업점 현장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출 제한 조치로 전세대출을 받지 못했던 일부 고객들이 간간이 문의한 경우는 있었으나 영업점 내 '줄서기' 등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A은행 영업점 직원은 "오늘보단 이전에 은행 대출이 연이어 중단됐을 때 오히려 문의가 많았고, 오늘 다시 재개된다고 해서 특별히 문의가 더 몰리진 않았다"며 "연말까지 숨통이 트였으니 고객들도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도 "오전 중 주요 10여개 지점에 연락해본 결과 전세대출 관련 문의는 한 두건 수준에 그쳤다"며 "오후 상황도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은행권은 전세대출 수요가 몰리지 않은 배경으로 실수요 심사 강화 조치를 꼽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과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은 지난 15일 간담회를 갖고 전세대출을 총량규제에서 제외하는 대신 실수요를 가려낼 방안을 함께 시행하기로 했다. 실수요 외 필요 이상으로 전세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차단되면서 자연스레 문의도 줄었다는 해석이다.

먼저, 시중은행들은 국민·하나은행이 시행하고 있는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 전세대출 한도 제한' 조치를 이달 말 일괄 도입하기로 했다. 예컨대, 전세계약 갱신 시 전셋값이 4억원에서 5억원으로 증가했다면 차주는 증액분인 1억원 내에서만 대출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된다. 필요분 이상의 대출을 더 이상 내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전세대출 신청 가능 시점도 잔금일 이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입주 후 최대 3개월 내 전세대출을 신청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잔금일 전 대출을 받아야 한다. 실수요자를 가려내기 위한 조치로, 여유자금이 없는 실수요자라면 잔금일 전 전세대출을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관련 조치에 따라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만큼만 전세대출을 내주는 관행이 정착될 것으로 보이면서 전세대출 가수요 발생 가능성도 크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번 전세대출 합의 사항을 보면 '대출 신청은 실수요자만 가능하되, 실수요자도 본인이 받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받을 수 있다'란 금융당국의 규제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며 "실수요를 가려내는 보다 강력한 조치들로, 실질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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