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값진 실패
[홍승희 칼럼] 값진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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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상 최초로 단독개발로 추진했던 발사체였으나 반쪽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번 누리호 발사시험은 기대와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다. 그러나 많이 늦었던 출발에 비하면 너무 빠르게 결실을 바란 욕심일 뿐이리라.

다만 아쉬움을 크게 만든 것은 마지막 단계에서 위성덮개 분리까지는 성공했지만 3단 로켓의 연소시간 부족으로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700km 궤도에 안착시키려는 목표였고 650km까지 별 탈 없이 잘 날아가는 것 같았으나 3단 로켓에서 위성체를 쏘아 보낼 때 추력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아쉬움은 있지만 외국 사례에 비하면 예산도 많이 부족하고 또 참여 연구개발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저만한 성과를 올린 것에는 일단 박수를 쳐 줄 수밖에 없다. 어차피 본격 위성체를 쏘아 올리기 전에 발사체 시험을 위한 더미 위성체(모사체)를 올린 것이어서 다음 단계 본격적인 독자 위성발사의 성공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를 다시 갖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발사 시험을 실패가 아닌 연습이라 볼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의 위성체 기술은 상당히 높다고 알려졌지만 발사체에 관한 한 꽤 답답한 상황이었다. 이번 누리호의 경우 2010년부터 시작돼 11년7개월 만에 이룬 성과이지만 위성체 발사는 1992년 과학위성인 우리별 1호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우리가 자체적인 발사체를 갖기에는 여러 제약이 있었다. 가장 먼저 당시 한국의 로켓개발은 한미 미사일협정에 묶여 미국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내부에서도 우주선 개발에 대한 소극적 태도가 스스로 발목을 잡은 부분도 있다. 우리별에 이어 최초의 상업위성인 무궁화위성을 외국에 나가 발사해야 했던 당시 상황에서 국내 발사체 개발보다 ‘경제적’이라는 논리가 힘을 받기도 했었다.

그에 더해 한국에서 위성 발사를 하기에는 위치가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었다. 물론 이런 주장은 이후 북한이 먼저 광명성을 황해도 쪽에서 쏘아 올림으로써 무색하게 됐다.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발사체를 토대로 한 은하3호 발사체에서 쏘아올린 북한의 광명성이 과연 인공위성이 맞느냐는 논란이 일기는 했으나 북한 쪽에서는 대포동 미사일과 분명히 구분해 광명성은 지구관측위성이라고 밝혔고 이후 한동안 이어지던 논란은 시간이 지나며 삭아들었다.

물론 미사일과 인공위성 발사기술은 상호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번 한국에서 발사된 방식으로는 미사일 발사의 효율성이 거의 없지만 기술적으로는 상호 전환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이 위성체 개발에 집중하는 동안 북한은 발사체에서 우리보다 앞서 나갔고 거기 더해 핵무기를 먼저 개발한 상태에서 미사일 시험을 계속했기 때문에 한국은 물론 미국을 필두로 전세계에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북한이 지구관측위성이라고 쏘아올렸던 광명성 1호도 무게가 당시 추정이기는 하지만 100kg 정도로 알려져 관측위성으로서의 기능에 의문을 갖게 했다.

이 정도면 학생들이 연구개발용으로 쏘아올리는 큐브위성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번 누리호가 비록 더미위성체이지만 1.5톤이었다는 점과 비교해도 이상하긴 하다. 관련 개발자들에 따르면 관측위성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1~2톤 수준은 돼야 한다고 한다.

이번 누리호가 발사된 나로도 발사장에서 2013년 처음 발사 성공한 나로호의 경우는 우리가 발사체 개발에 일부 참여하긴 했지만 함께 참여했던 러시아가 앞선 기술을 내세우며 적잖은 부분을 한국 연구팀에는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서 당시에도 말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은 러시아가 감추려는 기술의 많은 부분을 다양한 방식으로 획득했고 북한이 쏘았던 광명성1호의 발사체로 바다에 떨어진 은하3호의 잔해를 재빨리 획득해 기술획득의 수단으로 삼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이 이번 누리호의 시험발사에서 최종 성공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적어도 3단 분리까지는 성공하게 만들었고 이런 연구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성과들 덕분에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한국이 참여할 길을 열었고 2030년 달 탐사선 발사의 꿈을 꾸게 만들었다.

아폴로의 달 착륙과 최초의 우주인이 달 위를 걷는 영상에 설렘과 부러움을 느껴본 세대로서 그 꿈을 우리도 꾸게 만든 우주개발을 향한 여정에 순간의 실패를 딛고 차근차근 나아가는 과학기술진에 감사와 격려를 함께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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