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갈 길 바빴던 국감···'피켓'이 뭐길래
[기자수첩] 갈 길 바빴던 국감···'피켓'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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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노제욱 기자] "하루 종일 의사진행 발언만 하겠네."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첫날, 이헌승 위원장의 입에선 한탄이 터져 나왔다. 기자의 속마음도 같았다. 이날 본격적인 감사에 들어가기 전, 한 여당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야당이 들고 나온 '대장동 피켓'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특검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야당 의원이 반발하자 장내는 금방 시끄러워졌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위원장에게 너도나도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하기 바빴다. 기회를 얻은 의원들은 말만 '의사진행 발언'이었지, 상대방에 고성을 내지르는 데 힘을 쏟았다. 여당 의원들은 피켓을 뗄 것을, 야당 의원들은 그러지 못하겠다는 말만 서로 반복했다.  

피켓으로 시작된 소란은 무려 1시간가량이나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국토교통부 장관 등 증인은 앉아서 멀뚱하게 시간을 흘려보냈을 뿐이다. 결국 국토위 국감은 시작부터 파행을 면치 못했다. 앞서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 등 7개 감사가 피켓으로 인해 전부 중단되는 사태를 봤음에도 똑같이 되풀이했다.  

올해는 특히 챙겨야 할 '부동산 민생'이 많았다. 

멈출 줄 모르는 집값 상승으로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2326만원에서 올해 9월 4652만원으로 정확히 2배 상승했다.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9월 기준 전국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2000만원을 넘어섰다.

전세난도 문제다. 이번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전셋값은 50% 넘게 급등했다. 특히 임대차3법 시행 이후 매물부족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전셋값 상승이 뚜렷해졌다. 재건축단지 조합원 2년 실거주의무가 백지화되면서 매물이 어느 정도 늘어나기는 했으나, 신축 단지에서는 여전히 매물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국감은 의원들이 장관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는 자리다. 정부는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지, 이런 대책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토론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토위는 시작부터 아깝게 시간만 낭비했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대신해 일하는 이들이다. 그렇기에 그들의 시간은 '국민의 시간'이기도 한 셈이다. '국민의 시간'을 꼭 피켓 때문에 보내 버려야 했을까. '피켓'이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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