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초연결시대, ISP의 역할과 책임
[데스크 칼럼] 초연결시대, ISP의 역할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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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장애 사태로 KT가 뭇매를 맞고 있다.

자영업자, 배달업자, 주식투자자, 금융소비자 등 곳곳에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하필이면 통신장애가 발생한 시점은 구현모 KT 사장이 인공지능(AI) 비즈니스를 확대하겠다는 기자간담회를 한 직후였고, 이에 대해 '본연의 업무나 잘 하라'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초연결(超連結)시대로 들어서면서 기간통신사업자(ISP)들의 역할과 책임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이번 사태로 현대차의 제네시스 모델에 탑재된 커넥티드카 서비스 '블루링크'는 한동안 장애를 일으켰다. 이 서비스는 통신망에 연결해 원격 시동, 원격 제어 등 운전자를 대신해주는 역할로 진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초연결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차 산업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요한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하는데 있어 통신 장애는 생각하기에도 끔찍한 일이다. 미래 사회는 통신망의 100%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로 그려 나가기 어렵다. 월드바둑 8강전이 중단된 것도 바둑마니아들에게 분통이 터질 일이겠지만, 안전 문제와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상호접속요율, 망 이용대가 등 기간통신사업자들의 망투자비 회수와 관련한 이슈들은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이른바 콘텐츠를 제공하는 글로벌 CP의 망 이용대가 문제는 끊임 없는 논란을 이어왔다. 오징어게임으로 대박을 낸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1심소송에서 패하였음에도 아직 요지부동이다.

수조원이 들어가는 통신망 투자의 회수와 관련해, 그간 기간통신사업자의 맏형격인 KT의 선택은 아쉽게도 자율적일 수 없었다.

망 이용대가 등을 비롯해 통신망 투자비 회수에 적극 나설 경우 CP사의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비용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국내 통신 생태계는 기간통신사업자가 자사 서비스가 아닌 CP사들의 콘텐츠 이용 요금이 올라가는 것까지 고려해야 하는 다소 특이한 구조다.

현재까지 기간통신사업자와 CP사들간 주고받을 망 이용대가 산정 근거는 주로 트래픽이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의 통신망에 대한 원가는 주로 투자비, 유지비, 전기료 등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더욱 중대한 비용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초연결 시대 인간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비용이다.

이번 사태에서 KT 손해배상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집단소송 움직임도 있다.

KT 이용약관 상으로는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IPTV(인터넷TV) 등의 서비스 가입 고객이 본인의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한다고 규정했지만, 2018년 아현동 기지국 화재사태에서 KT는 약관에 비해 보상액을 확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한 당국 및 정치권의 눈치도 작용했을 것이다.

일부 KT 직원들이 아현동 일대 식당까지 찾아가 식사를 하며 자영업자들의 피해 복구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려고 했다는 후문도 돌았었다. 보상금 액수를 차치한 진정어린 사과와 노력이었을 것이다.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다니고, 의료용 로봇이 의료진 업무를 대체하는 초연결 시대에는 이같은 통신장애가 생겨날 경우 보상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업무와 수업이 사회 깊숙히 자리 잡으면서 통신장애가 초래하는 비용 문제는 이미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부담으로 떠올랐다.

이 대목에서 과연 이같은 부담을 기간통신사업자에게만 지우는게 맞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KT도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건 자명하다. 초연결 시대의 기간통신사업자는 서비스적 개념을 넘어서 사람의 안전·생명과 관련된 막중한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놓고 KT에게만 '마녀사냥'식 비난 공세를 퍼붓는 태도는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SK텔레콤 등 유무선 경쟁사들 역시 이럴 때일수록 초연결 시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긍정적 모색에 동참해야 한다.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자칫하면 맞이할 수 있는 공통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입장과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경쟁사의 곤혹을 마치 기회인냥 마케팅 경쟁에 나서는 모습이라면 오히려 소비자들은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정부 역시 규제산업을 대하는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 깊이 되새겨 봐야한다. 과징금 상향 등 법적 구속력만 강화한 제재 조치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이다. 급속히 변화하는 산업에 걸맞는 맞춤형 지원 방안도 찾아야 한다.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통신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초연결 시대에서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  

기업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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