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옥죄기 의식했나···금융당국, 은행권 숙원사업 빗장 푼다
대출 옥죄기 의식했나···금융당국, 은행권 숙원사업 빗장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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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상품 대폭 확대···종합 투자자문도 가능
은행권, 플랫폼 금융기업으로 탈바꿈 기대
서울 한 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 한 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연일 가계대출 옥죄기로 은행권에 '채찍'을 꺼내들었던 금융당국이 이번엔 신사업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은행권이 '종합재산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그동안 제한됐던 신탁, 투자자문 등의 업무를 열어주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은행이 관리할 수 있는 고객 신탁재산 범위를 대폭 늘리고, 부동산에 제한돼 있던 투자자문업을 전 상품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은행이 종합재산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탁업 제도를 개선하고 부동산에 제한돼 있던 투자자문업을 전상품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플랫폼 사업 등 은행 부수업무에 대해서도 환경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안정과 함께 금융발전이 필수 과제"라며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가계부채 등 시급한 금융안정 과제에 집중해 왔는데, 오늘 은행권 간담회를 시작으로 금융산업 발전 논의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기조에 따라 대출자산을 무작정 늘리기 어려워진 은행 입장에선 은행과 관련 없는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길이 열린 셈이다.

특히, 이날 고 위원장이 업권 내 숙원사업으로 꼽혀왔던 신탁상품 확대를 시사하면서 업계는 신탁 신사업 진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2019년 사모펀드 부실 사태로 은행들의 신탁상품 판매가 제한되면서 신탁시장이 크게 쪼그라들었으나, 앞으로는 관련 시장을 키울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 신탁 시장 규모는 현재 5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은 예금처럼 돈을 맡기는 금전신탁이나 유언대용신탁 등만 운영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보험금청구권신탁 등 다른 업권에서만 가능했던 상품까지도 서비스할 길이 생긴 것"이라며 "신탁 상품 확대는 몇 년 전부터 은행권이 요청해왔던 건데, 숙원사업이 해결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다양한 투자상품에 대한 자문업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은행권은 부동산에 대해서만 투자자문업을 영위할 수 있었다. 은행권은 지난 2014년부터 당국의 인가를 받아 부동산투자자문업을 제공해왔으나 자문 대상이 부동산으로 제한돼 있어 보다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B 시중은행 관계자는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한 자산관리의 경우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투자자문업은 고객 자산을 보다 세밀하면서도 큰 시각에서 자문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부동산 외에도 증권, 파생상품,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한 종합적인 자문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 신한은행 음식배달 플랫폼 등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은행 서비스도 상시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은행업무 외 다양한 플랫폼 사업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에는 규제샌드박스 내에서만 가능했던 서비스를 보다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해주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며 "플랫폼 금융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금융사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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