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교수 "일상 회복 위해 고위험군·소아 백신 맞고 먹는 약 확보해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바이오벤처 셀리드가 변이 바이러스 백신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4일 강창율 셀리드 대표는 전남 화순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1 화순국제백신포럼에 참석해 "델타 변이가 국내를 포함한 아시아, 세계에서 확산하고 있으며, 국부적으로는 새로운 변종이 다시 유행할 수도 있다"며 "이에 대비해 알파·베타·감마·델타부터 뮤까지 백신 (후보물질)을 다 만들어 두고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마우스(쥐) 모델 실험을 준비하고 있고, 상당히 진척돼 빠른 시일 내 임상시험 진입을 준비할 것"이라며 "중앙치와 티세포 반응도 잘 나와 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사용되는 백신의 타깃 바이러스가 사라져 가고 있다. 새로운 백신이 필요한 시기가 오는데, 내년 중하반기까지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임상시험을 해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셀리드는 2006년 서울대 약학대학 학내 벤처로 출발한 면역항암제 바이오벤처다. 자궁 경부암과 전립선암, 위암을 예방하는 항암 백신을 만들던 회사지만, 지난해 4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기존 항암 백신에도 아데노 바이러스를 약물 운반체로 사용했는데, 코로나19 백신 역시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뒀다. 이는 인체에 무해한 침팬지 감기 바이러스인 아데노 바이러스 안에 코로나19 항원을 넣어 몸속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강 대표는 "바이러스 벡터는 이미 많은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해 안전성이 확인됐다"며 "스파이크 프로틴(단백질)을 탑재해 면역 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되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왔을 때 항체가 더 이상 반응하기 어려울 경우 티세포가 중요한데 항체가 선발 투수라면, 마무리투수는 티세포"이라며 "벡터 백신은 티세포 반응 유도에 강한 장점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숭이 실험에서도 항체와 티세포 반응이 잘 나왔다"고 귀띔했다. 셀리드에 따르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개발한 영장류 감염 모델을 이용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효능 평가·약동력학 시험을 한 결과 방어 효능이 나타났다. 게잡이원숭이를 대상으로 셀리드의 코로나19 백신 AdCLD-CoV19를 1회 투여한 뒤 7주차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감염시키자, 2일차에 주요 감염 부위인 상기도에서 바이러스가 모두 사라졌다. 감염 후 3일차에 폐 조직 검체를 이용해 수행한 시험에서도 감염성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셀리드는 국내 AdCLD-CoV19 임상 1/2a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했는데, 임상 1상(Part A)에선 건강한 성인 자원자 30명을 대상으로 백신을 투여해 모든 용량군에서 안전성을 확인하고, 임상 2a상(Part B)에 적합한 2가지 용량을 설정했다. 임상 2a상에선 건강한 성인 자원자 120명을 대상으로 면역 반응을 확인해 다음 단계 임상에 적합한 용량을 설정하도록 디자인했다.
강 대표는 "안전성 문제가 거의 없었다. 투여 부위에 짧은 기간 소수에서 부작용이 나타났지만 중증 증상은 한분도 없었다"며 "(임상에 참여한) 병원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단 부드럽게 지나갔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백신과 비교해 질문을 하곤 하는데 수치로도 나왔지만, 얀센 백신보다 낫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두번 맞은 거와 비슷하다"고 자평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코로나19 백신 역시 셀리드의 AdCLD-CoV19처럼 바이러스 벡터 방식이다.
다만 셀리드는 스스로 복제할 수 있는 아르시에이(RCA·replication competent adenovirus) 위험성을 없애기 위해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를 개선한 물질 AdCLD-CoV19-1로 바꿔 1상 대상자 투여를 마쳤다. 셀리드는 조만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백신 임상 2b·3상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셀리드는 국제 공인 백신 전문기관인 국제백신연구소(IVI)와 손잡고 글로벌 임상 2b·3상 디자인을 준비 중이다. 내년 초 임상에 진입해 1분기 중간 결과를 내고, 2분기 긴급사용목록 등재(EUL)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날 화순국제백신포럼에는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이 참석해 코로나19 사태에서 배운 글로벌 백신에 대한 교훈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어 한이 김 라이트 펀드 대표와 정재훈 가천대 교수, 성백린 백신실용화기술개발단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이중 정 교수는 안전한 일상 회복을 위해 고위험군 백신 접종 설득,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 경구용 치료제 적극 확보, 중환자 병상 확보, 단계적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