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위드 코로나 시대의 경제
[홍승희 칼럼] 위드 코로나 시대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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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츰 팬데믹 상황의 종식을 선언하며 세계 각국이 차례로 포스트 코로나 대신 위드 코로나로 타협해 나가고 있다. 이것은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무너지는 경제를 지탱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물론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치사율이 낮아졌다는 점이 이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계기는 됐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아니라면 섣불리 선택하기에는 여전히 위험부담이 남아 있다. 여전히 많은 개도국들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상태로 세계인의 안전을 담보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 상황으로 사회봉쇄를 택해야 했던 각 국가들은 산업 붕괴를 막고 실업률 폭등을 억제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투입을 해야만 했다. 그 여파에 더해 망가진 물류체계로 인해 지금은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차츰 진영 싸움으로 확대 양상을 보이는 것 또한 그간 인류가 발전시켜온 글로벌 밸류체인을 붕괴상황으로 몰아가며 인플레이션 문제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산업간 연결고리의 파괴를 넘어 이제는 자원전쟁으로까지 확장되는 지경까지 이르며 평소에는 소모량이 많지 않아 거의 관심도 두지 않았던 자원이나 생산물들이 세계경제에 치명적인 바이러스화 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요소수를 거의 독점 생산하던 중국이나 2위 생산국이던 인도네시아 등이 수출금지를 하면서 경유차들이 운행중단 위기까지 예고되고 있으며 요소수의 소량 수요가 있던 여타 산업부문에서도 생산중단에 이를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재고량이 채 한 달분이 안 된다는 보고가 나왔다.

확장된 재정지출 문제는 일본은 예외로 하고 미국을 필두로 테이퍼링이 예고되면서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분만큼은 해소되겠지만 원자재 공급악화와 물류시스템 문제로 인한 부분은 언제 해소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현재의 소비증가에 비해 과도한 물가상승을 두고 한동안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나왔지만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일반적 인플레이션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경제학 영역에서는 슬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다고 한다.

어찌됐든 막대한 재정이 풀린 것에 비해 소비는 많이 늘지 않고 또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던 팬데믹 기간에 내구재 소비는 충분히 이루어졌던 만큼 더 이상의 수요발생을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분석들이 있다. 따라서 관련 산업생산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즉, 각국이 경제회생을 위해 이러저러한 정책들을 서둘러 내놓았고 일정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서둘러 일상회복을 도모하고 있지만 당분간 세계경제는 심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간 각국이 경쟁적인 재정확대를 실행함으로써 막대하게 풀린 돈으로 주택가격이나 주식가격 등이 폭등을 했고 그런 자산가격의 급상승은 필연적으로 버블을 초래했다.

버블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현재로선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 다만 여러 지표들을 분석한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의 주식가격은 고점을 찍었던 코스피지수 3300선을 기준으로 거의 30% 정도의 거품이 추정된다.

주택가격 또한 이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싶다. 국내에선 아파트가격 폭등을 단순히 부동산정책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지만 미국의 경우도 20~30%의 가격 상승이 있었다고 하니 국제적 현상일 가능성도 있다. 거기에 국내적 요인이 더해졌겠지만.

이런 버블은 서서히 꺼질 여지는 없어 보인다. 거품은 터지지 않고 제거되는 경우는 없다. 경제전문가들도 버블붕괴에 연착륙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어찌 됐든 최소한 내년까지의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호조를 보일 수도 있고 업종에 따라서는 불황이 기회인 경우도 있겠고 또 투자심리라는 게 종종 시시때때로 출렁거림을 만들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꽤 길고 험한 경제적 파고가 전 세계를 덮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버블이 한창 일어나는 시기에는 쫓기듯 투자에 따라나서던 서민·중산층의 개인 투자자들이 폭락 장세에서 버티지 못하고 투매 분위기가 형성되는 일은 과거 숱하게 경험한 바다. 자산시장은 언제라도 이런 허약한 투자자들의 항복선언을 받은 부자들을 더 부유하게 만들며 사회적 성장동력이 떨어져 불황기를 길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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