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發 물류마비 초읽기···유통·산업 셧다운 '노심초사'
요소수發 물류마비 초읽기···유통·산업 셧다운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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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입차주 의존' 택배업계, 계약불이행 사태 대비
요수수 가격 10배 폭등에도 등록상품수는 되레 감소
자동차·가전, 육로 막히면 해외 수출도 타격
요소수 대란이 발생한 가운데 광주 광산구 하남동 화물공영차고지에 화물차들이 멈춰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요소수 대란이 발생한 가운데 광주 광산구 하남동 화물공영차고지에 화물차들이 멈춰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중국발(發) 요소수 대란에 택배 현장에서도 배송 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배달경제 물류가 끊길 위기에 처한 것이다.

더 나아가 국내 화물운송 시장이 멈추는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경우 산업 현장에서 원자재와 제품을 이송하는 유통과 산업 전반의 활동이 멈추는 '셧다운' 위기가 커지고 있다.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당분간은 버틸수 있을 것이라던 유통업계와 택배업계마저 이번 사태가 장기화 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 물류업체들은 화주(貨主)들에게 계약 불이행에 대비한 공문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요소수 사태를 '천재지변에 의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화주와의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미 부산항 등 장거리 운송을 기피하는 개인화물 차주들도 속속 등장했다. 대형 물류사조차 요소수 재고를 얼마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산업 물류도 조만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요소수價 10배 폭등···지입차주 의존구조, 취약점 드러내 

경기 시흥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시흥의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초 업계는 일반 고객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택배만큼은 당분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장의 택배 차량은 대부분 소형이어서 일단 요소수를 보충하면 한두 달 정도 운행이 가능한데다 요소수가 필요한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가 의무화되기 이전인 2015년 등록 차량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소수 사재기 현상에 이어 지입차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택배 업계의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불과 수일 사이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현장을 뒤덮고 있다.

10리터(L)당 1만원에 유통되던 요소수 가격은 최근 일부 쇼핑몰에서 10만원까지 폭등했다. 화물차, 택배차주를 비롯해 디젤 차량을 운행하는 개인들이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대개 당장 차를 멈출 수 없는 화물차주 등이 몰리고 있다. 디젤 승용차 운전자들은 잠시 운행을 안하면 그만이지만, 생업이 달린 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요소수를 넣어야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요소수 수급 상황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행위에 대해 정부는 물가안정법에 근거한 차량용 요소수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다음주 중 제정해 시행하기로 했지만,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선입금을 요구하는 사기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매점매석을 방지하는 효과를 내기는커녕, 품귀현상으로 인해 쇼핑몰에 등록되는 상품수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정부의 경고가 이미 품귀 현상이 극에 달한 시장에서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도 제기됐다. 

이커머스 전문 데이터분석 플랫폼 아이템스카우트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11번가 등 국내 주요 온라인마켓의 상품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요소수 관련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등록된 상품수는 10월 4주 6981개에서 10월 5주 5132개로 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마켓 판매자들마저 물량을 확보하지 못해 상품 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대응에 대해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매점매석을 금지하겠다고 하는데 전형적인 뒷북 대응"이라며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 국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뿐 아니라 사실상 개인 차량에 외주를 하는 '지입차주' 물류 구조는 요소수 대란을 한층 더 키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배송 차량을 100% 자체 운영하는 쿠팡의 경우 연말까지는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요소수를 확보하고 있고, 마켓컬리도 수도권 지역을 운행하는 샛별 배송 기사들에게는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던 요소수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CJ대한통운 등 주요 택배사의 지입차주 의존도는 90%를 웃돈다. 네이버의 경우 스마트스토어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주문하면 CJ대한통운이 주문을 접수한 뒤, 대리점을 통해 소속된 개인 택배차주에게 배송을 맡겨 왔다.

화물운송 시장에서 개인 지입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기준 65.4%에 달했다. 개인 차주들이 요소수를 못 구하면 물류사 역시 별다른 대안이 없는 취약한 구조다.

택배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위탁배송 차량은 앞으로 2~3주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사실상 운행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 '엎친데 덮친' 車업계 '비상'···요소수發 인플레 우려도

인천신항 컨테이너부두 전경 (사진=인천항만공사)
인천신항 컨테이너부두 전경 (사진=인천항만공사)

이런 가운데 채소, 가전, 자동차, 필수소비재 등 유통과 산업 곳곳에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요소수발 인플레이션 확산마저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부 납품처에서 채소 물류비가 10~15% 정도 오른 상태"라면서 "한 달 정도는 여유가 있지만, 그 이상 사태가 길어지면 채소 공급 물류 상황이 어려워지고 소비가 가격에도 반영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는 반도체 대란에 이어 요소수 공급난까지 이중고를 우려하고 있다.

이미 부품과 신차를 실어 나를 화물 운송이 꽉 막혀 요소수 사태가 일주일가량 더 지속될 경우 부품 공급망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최악의 경우 셧다운으로 이어질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전 업계도 요소수 대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 회사는 대형 물류 업체를 통해 가전제품을 실시간으로 배송하는데, 육로가 막힐 경우 해외 수출마저 비상이 걸릴 수 있다.

이마트, 롯데하이마트 등 오프라인 판매 업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열흘 정도 뒤면 상품 진열대에 물건이 비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화물 기사들이 이미 장거리 운행을 피하고 있다"며 "일주일만 지나면 물류 현장은 마비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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