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과세' 당정 엇박자···대선 앞두고 유예 가능할까
'가상화폐 과세' 당정 엇박자···대선 앞두고 유예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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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과세 시스템 미비·개념 정의조차 안 돼"
갈등 갈수록 심화···투자자 보호책 마련 지적도
비트코인 (사진=픽사베이)
비트코인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가상화폐(암호화폐) 과세'를 둘러싼 당정의 기 싸움이 치열하다. 정부는 당초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여당은 과세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점, 가상자산의 개념 정의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청년층의 표심을 고려한 정치권이 과세 유예를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이면서 향후 당정 충돌은 반복될 조짐이다. 일각에선 당장 가상화폐 과세가 힘들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한편, 과세 문제에 앞서 투자자 보호책 마련에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가상화폐 과세를 1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가상화폐를 비롯한 가상자산 거래를 통한 성격이 분명하지 않은 만큼, 과세 유예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으로 번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연간 소득 중 250만원이 넘어서는 금액의 세율 22%(지방세 포함)를 매겨 징수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가상화폐 투자자를 중심으로 과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치권에선 과세 시행시기를 기존보다 1년 늦춘 2023년 1월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왔다. 여당은 가상자산 과세를 1년 유예하는 안을 사실상 당론으로 정한 모양새다.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개최한 '가상자산 과세 현안 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도 세금 부과에 앞서 과세 인프라부터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민주연구원장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투자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은 채 과세를 진행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지금이라도 과세 유예를 통해 산업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고 있는 유동수 의원 역시 "가상자산의 분류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과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준비됐는지 확인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과세 체계에 대한 준비가 아직 안 됐다고 생각한다"고 과세 유예에 힘을 실었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도 같은 뜻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선 관련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는 상태다. 윤창현·유경준·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시기를 늦추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며, 여당에선 노웅래 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같은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주장하는 기간은 조금씩 다르지만, '과세유예'가 공통된 의견이다.

이처럼 여야가 공동전선을 구축했음에도 정부는 예정대로 과세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이들 간의 불협화음은 물론,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 등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 인프라를 충분히 갖췄다"며 과세유예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갈수록 커지는 투자자들의 반발이 과세 유예를 추진하는 움직임의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대다수가 정치권의 공략 대상인 청년층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표심을 얻기 위한 행동이 확산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우 지난 5월 한 인터뷰에서 "가상화폐는 투기성이 매우 강하면서 사기, 범죄, 자금 세탁 등에 악용될 수 있어 제도권 내로 포섭해야 한다"며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하기 시작하는 2023년과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후보의 발언은 여당이 과세에 뒤늦게 제동을 건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면서도 과세를 위한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투자자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함께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상자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도입되는 각종 규제와 함께 다른 법적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지 않은 채 급하게 과세체계가 도입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서 "해외의 가상자산 과세제도를 참고해 가상자산의 정의·범위를 구체화하고, 운영대책을 면밀히 조사해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업계 관계자는 "특금법조차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와 관련된 안전장치는 아직 미비하다"며 "정부는 충분히 과세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하나, 과세에 앞서 가장 중요한 투자자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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