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 압박에···막 내리는 양적완화 시대
글로벌 인플레 압박에···막 내리는 양적완화 시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캐나다·호주 테이퍼링 본격 돌입···영국, 금리인상 '초읽기'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 제한적···중장기적 관점에서 대비해야"
원유 시추 시설 (사진=픽사베이)
원유 시추 시설.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막대한 양의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 온 미국이 이달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돌입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장기화되면서 강력한 긴축 신호를 보낸 캐나다, 호주는 물론, 영국도 선진국 내에선 가장 빠르게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같은 글로벌 긴축 행보에 따른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영란은행(BOE)은 4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MPC)를 열고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했다. 시장에선 이날 금리가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BOE는 인플레이션 압력보다는 고용 안정에 더욱 힘을 싣어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동결 결정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영국의 긴축 행보가 미국과 유럽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BOE 역시 경제 지표가 예상대로 나온다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전날 자산매입 축소 계획을 밝히면서 본격적인 긴축 행보에 들어갔다. 연준은 테이퍼링과 금리인상 간의 연결을 부인하면서 금융시장의 긴축 발작은 막았지만,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은 테이퍼링 속도가 경제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점과 내년중 금리인상 기대를 묻는 질문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답을 피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연준의 신호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신호라는 분석이다.

지난해부터 양적완화를 진행했던 캐나다 중앙은행(BOC) 역시 지난달 양적완화 조기 종료를 전격 발표했다. 당초 자산매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것이란 시장의 예상보다 앞당겨졌다. 호주중앙은행(RBA)도 기존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포기했다. RBA는 지난 4월 만기 국채 3년물 수익률을 0.1%로 유지하는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을 철회했으며, 기준금리 인상 시기도 오는 2024년에서 2023년으로 앞당겼다.

뉴질랜드, 노르웨이 중앙은행에서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으며, 한국은행도 지난 8월 첫 금리 인상에 이어 이달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이처럼 중앙은행들의 긴축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압박 때문이다.

지난 1월 50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국제유가는 최근 80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며, 미국 IB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6월 국제유가가 12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까지 빚어지자 모든 나라에서 물가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미국 5.4% △캐나다 4.4% △영국 3.1% 등으로 2% 수준의 목표를 크게 웃돌았으며, 우리나라 역시 지난달 3.2%로 나타나 9년9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이같은 글로벌 조기 긴축 행보가 국내 경제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지만, 정부와 업계에선 이런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미국 연준을 비롯해 정상화 단계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국가들이 점차 확대되는 가운데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과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큰 무리 없이 소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테이퍼링을 시작한다는 것은 이미 예상했던 내용이며, 우리나라도 금리를 같이 올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선 이같은 관측이 모두 시장 내 선반영돼 있다"면서 "다만 통화정책의 정상화 과정은 매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므로,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위험한 순간들이 나타날 수 있다. 상당한 주의가 필요한 기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