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더 센 대출규제···은행권, 성장보다 건전성에 방점
내년 더 센 대출규제···은행권, 성장보다 건전성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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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출구전략 본격화···선제 리스크 관리 중요성↑
은행 자산건전성 악화 등 경영환경 변화 가시화
은행 ATM (사진=김현경 기자)
은행 ATM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은행권이 내년 경영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로 호실적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 속에서도, 코로나19 출구전략 시행으로 선제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더구나 금융 당국이 내년에 더욱 빡빡한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예고한 만큼, 은행들의 경영계획은 성장 못지않게 '건전성 강화'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전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내년도 경영전략 구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통상적으로 각 은행은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내년 경영계획을 확정 짓는다.

부서나 본부별로 짠 경영계획을 취합한 후 임원 보고, 이사회 보고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되는 방식이다. 현재 부서별로 내년에 어떻게 사업을 진행해 나갈지에 대한 계획 수립, 업무 보고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은행들은 주요 과제로 리스크 관리를 꼽고 경영계획안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3월에 코로나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조치 종료가 예정된 데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완화 조치·예대율 적용 유예 조치 종료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히면서다.

앞서 당국은 코로나19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을 고려해 중소기업·자영업자 금융권 대출의 만기 연장·원리금 상환 유예조치를 내년 3월까지 연장키로 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 금융지원 대책으로 6개월간 한시적으로 시행된 이 조치는 추가 연장을 거쳐 2년간 유지된다.

이달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되고, 정부 역시 내년 3월 이후 추가연장 필요성이 최소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엔 예정대로 종료될 것이란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풀어줬던 LCR 규제, 예대율 규제 등 또한 내년 3월에 정상화가 예정된 터라 은행들의 규제 준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반영해야 하는 부분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금융지원 조치를 연장할 때마다 은행권이 애로사항을 얘기했던 것은 좀비기업과 정상 차주의 구분이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이 조치가 종료되면 옥석 가리기가 될 텐데, 이때 은행들의 건전성에도 분명히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어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유예된 LCR 규제, 예대율 규제가 정상화되는 것에 앞서 은행들은 단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그동안 코로나 요소를 반영해서 충당금을 많이 쌓아왔음에도 부실 규모를 예측할 수 없어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 계획을 수립할 때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해나갈지가 주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올해보다 다소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수익성도 은행들이 고민하는 지점이다. 코로나19 출구전략과 금융지원책 종료 등으로 대손비용이 증가하는 반면, 당국의 규제로 대출 성장세는 꺾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금융연구원이 추산한 내년도 국내 은행의 연간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16조8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올해(17조9000억원)보다 9000억원 감소한 수치다.

연구원 측은 대출 증가분과 금리 상승, 우대금리 축소 등으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올해보다 확대(1.43%→1.46%)돼 총 48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면서도 대손비용 규모를 올해보다 2조원가량 증가한 총 8조원 규모로 예측했다.

이 기간 국내은행 대출증가율 전망치는 5.2%로 올해보다 3%포인트(p)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지난달 금융 당국이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이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원 측 판단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1실장은 "코로나 출구전략의 본격적인 시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리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코로나 관련 금융지원 종료 등으로 은행의 자산건전성 악화 등 경영환경의 변화가 가시화될 것"이라며 "출구전략 시행의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시나리오별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자산건전성 악화를 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은행권도 내년엔 올해만큼의 사상 최대 이익을 실현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익성 강화 방안 마련 역시 고심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내년엔 더 조일 것이라고 예고했기 때문에 '사상 최대 실적' 타이틀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전사 차원의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자산관리(WM) 기능 강화, 디지털 전환 등 움직임이 더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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