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총수 등 특수관계인에 빌려준 돈 2900억
대기업들, 총수 등 특수관계인에 빌려준 돈 29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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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
내부거래 비중·금액, 전년비 소폭 감소
특수관계인·비금융계열사 자금대여 '여전'
기업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기업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지난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 계열사가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에게 빌려준 자금이 29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총수일가 또는 총수2세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경향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총수 있는 10대 기업의 내부거래 금액 자체는 전년 대비 줄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 5월 기준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71개 기업집단의 상품·용역 내부거래를 분석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올해 처음으로 자금·자산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해 공개했다. 2020년도 자금·자산 내부거래를 공시한 연속 지정 기업집단 63개가 대상이다.

먼저,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내부거래금액은 총 183조5000억원, 비중은 11.4%로 지난해(196조7000억원·12.2%) 보다 0.8%p 감소했다. 내부거래금액 자체로 보면, 7% 정도 줄어들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한화, GS,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등 총수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보다 1.0%p(14.1→13.1%), 금액은15조원(150조4000억→135조4000억원) 각각 줄었다.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은 집단은 셀트리온(38.1%), 중앙(31.6%), 대방건설(30.5%) 순이었다. 내부거래액은 현대자동차(38조5천억원)가 가장 컸으며, SK(30조2천억원), 삼성(26조8천억원)이 뒤를 이었다.

총수 일가 또는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경향은 계속됐다. 총수2세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2.7%로, 20% 미만인 회사(11.5%)의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전체 분석 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11.4%)과 비교해도 뚜렷하게 높았다.

다만 총수 일가 또는 총수 2세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각각 감소(-6000억원, -3조1000억원)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현대차와 효성의 동일인(총수) 변경에 따른 착시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특수관계인에 큰 돈 대여···공정위 "부당지원 지속, 감시 필요"

올해 처음으로 발표한 자금·자산 내부거래 현황에 있어서는, 분석 결과 49개 집단의 소속 회사가 국내 계열사로부터 차입한 금액이 14조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비금융회사가 계열사인 금융회사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3조7000억원(25.3%)이었다. 농협(3조3900억원)이 가장 많았고, 롯데(1200억원), 네이버(800억원), 미래에셋(500억원)이 뒤를 이었다.

23개 기업집단 소속회사가 특수관계인(계열사 제외)에게 빌려준 자금은 2900억원이었다. 

효성, 농협, 셀트리온, 부영은 특수관계인에게 돈을 빌려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효성이 1000억원으로 대여금이 가장 컸다.

효성TNS, 효성굿스프링스, ASC가 주주인 특수관계인(조현준 회장·조현상 부회장)에게 빌려준 것으로, 만기 전 회수 처리됐다. 이중 ASC가 지난해 4월 조 부회장에게 373억원을 빌려준 후 올해 3월 회수한 건은 공시에서 누락됐다.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시 대상 기업 집단 소속 회사가 특수관계인과 자금 거래를 할 경우 이 사실을 분기별로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성경제 기업집단정책과장은 "특수관계인에 대해서 장기간 대여해주면서 공시가 누락됐다"며 "어떤 상황인지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열사에 물적 담보를 제공한 공시 대상 기업 집단은 38곳이다. 총 12조3000억원이다. 금호아시아나 4조5800억원, 두산 3조2000억원, 장금상선 6000억원, GS 5700억원 순이다.

또 특수관계인(계열회사 제외)에게 유가증권을 매도한 곳은 28곳으로 매도금액은 5조74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총수 없는 집단 중 농협을 제외하면 총수 있는 집단(6900억원)이 특수관계인에 대한 유가증권 매도 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편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덜 발달되고, 사금융 시장이 활발했던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는 총수 등이 소속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이후 이런 현상은 극히 드물다는게 공정위의 분석이다.

이에 공정위는 아직까지 이같은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공시 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 처분에서 그치지만, 조사 과정에서 회사가 현저한 우대 조건으로 총수에게 자금을 대여했다는 사실 등이 발견되면 부당 지원 혐의가 적용될 소지도 없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올해도 다수 기업집단의 부당지원 또는 사익편취 행위를 시정하는 등 부당지원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있어 부당 내부 거래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부당 내부거래 관련 집행 강화와 함께 경쟁 입찰 확산 등을 통해 자발적인 일감 나누기 문화를 배양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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