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서 전세대출 제외 효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 9월부터 막혔던 은행 가계대출에 숨통이 트이고 있다. 하나·NH농협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도 전세·잔금대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바짝 조이면서 대출 총량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날부터 '일시상환' 방식의 전세자금대출을 재개하기로 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주택금융공사·서울보증보험이 담보하는 전세대출에 대해 '혼합상환'과 '분할상환'만 허용했다. 이에 따라 대출자는 대출기간 동안 원금의 일부를 무조건 상환해야 했다.
올해 가계대출 급등의 주범이었던 전세대출에 규제를 적용해 총량관리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었다. 한편으론 실수요 서민들의 자금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국민은행이 이날 일시상환 방식을 재개함에 따라 대출자는 상환기간 동안 이자만 내고 만기 때 원금을 갚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국민은행은 집단대출 중 입주 잔금대출의 담보 기준에 KB시세와 감정가액을 순차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잔금대출 담보기준을 'KB시세 또는 감정가액'에서 '분양가격, KB시세, 감정가액 중 최저금액'으로 변경했다. 통상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낮아 은행 입장에서 잔금대출 한도가 대폭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앞으로 분양 아파트의 현 시세가 기준이 되는 만큼 대출자의 잔금대출 한도가 기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다른 은행들도 높였던 대출 문턱을 다시 낮추는 모습이다. 하나은행은 중단했던 신용대출과 비대면 대출(하나원큐 아파트론)을 이날 오후 6시부터 재개한다. 다음달 1일부터는 주택·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대출도 다시 취급하기로 했다.
농협은행도 다음달부터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8월 가계대출 증가율이 7%로 당국 가이드라인(5~6%)을 훌쩍 뛰어넘자 주담대·전세대출 등의 취급을 중단한 바 있다.
은행권의 대출규제 완화는 총량 관리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증가율을 대출총량 관리에서 예외시키기로 하면서다. 실제 10월 전세대출 증가분을 가계대출 증가분에서 제외할 경우, 그동안 전세대출을 중단했던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지난달 말 가계대출 증가율은 3.7~5.5%로, 전세대출 증가분을 제외하지 않았을 때(4.4~5.5%)보다 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