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지분 없는 일본의 개입 차단하라
[홍승희 칼럼] 지분 없는 일본의 개입 차단하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한국 정부는 휴전 후 70년이 다 돼가는 한국전쟁을 이제 종전으로 결론짓자는 내부 결정을 내리고 휴전 당사국인 미국과 종전선언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일부 보수 세력들이 종전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지만 민족의 앞길을 열어나가기 위해서 더 이상 우리가 전쟁 중이라고 대내외적으로 공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종전선언을 한다고 해서 당장 한반도의 긴장이 일시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적대감으로 서로의 문을 닫아 걸어봐야 남이든 북이든 서로 이득 될 게 없다.

북한과의 교류를 열지 않으면 우리는 유라시아 대륙 끝에서 계속 지리적 고립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전 세계 각국과 교류하는 한국이지만 유독 육상으로는 그 어떤 나라와도 교류가 불가능한 상태인 것이다.

남북이 종전선언을 통해 상호교류가 확대되면 그만큼 민족적 동질성을 쉽게 확인해가며 문화적 영향을 주고받게 될 것이다. 당연히 문화적 역량이 큰 쪽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통일로 나아가기도 용이하다.

당장 남북이 종전선언으로 긴장관계를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면 부산에서 북한 땅을 경유해 만주, 연해주를 지나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나아가 유럽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 철도의 연결이 가능해지며 무역한국의 성장에 큰 혜택이 될 것이다. 또한 근래 본격적인 논의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미국과 러시아 간에 베링해를 잇는 철도건설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끼어들 여지가 없지만 종전선언과 더불어 남북 철도가 연결되면 한국이 아메리카대륙으로도 육로로 이어질 수 있다. 캐나다, 미국은 물론 우리가 꿈꾸기에 따라서는 남미까지도 철도 연결을 우리가 미국과 협상하고 주도할 수도 있다.

이는 드디어 한국이 아시아의 변방에서 일약 세계 교통의 중심지에 다다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과거 신라가 중동, 동유럽과도 교류한 흔적이 유물에서도 발견된다. 물론 그 때는 중간에 여러 단계들을 거쳤을 수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철도들이 연결된다면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를 직접 육로로 오갈 수 있다는 꿈같은 일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런 꿈을 꾸기 위해서도, 또 세계적인 연결망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도 그 전제로서 남과 북이 지금과 같이 비정상적으로 긴 휴전상태를 종식시켜야만 한다. 종전협정 후에 몇 십 년 만에 다시 전쟁상태로 돌입하는 사례 따위야 세계사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몇 십 년간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어정쩡한 휴전상태를 지속하는 예는 찾아볼 수 없다.

잔혹한 식민 지배를 하고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는 일본과도 국교를 열었고 6.25에 북한을 지원해 참전함으로써 통일의 기회를 가로막았던 중국과도 지금은 최대교역국이 되어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과는 왜 종전선언조차 불가능한가.

물론 먼저 남침을 했었고 또 잊을 만하면 군사적 도발을 하는 북한에 대한 불신이 온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에만 매몰돼 더 큰 우리의 세계전략을 세워보지도 못하고 마냥 전쟁 중인 나라로서의 패널티를 물어야 옳은가.

끊임없이 멀쩡한 우리 땅인 독도를 두고 시비를 걸어오고 심지어는 정부 관계자의 입에서조차 군사행동을 할 것처럼 위협하며 우리 산업의 목줄을 쥐겠다고 패악을 부리는 일본과도 외교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우리가 북한과는 왜 종전선언 하나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 북한과 전쟁을 하자는 얘기인가.

그렇지 않아도 남북한이 평화로워지는 꼴은 못 보겠다는 일본의 주장을 한국의 보수세력들이 앵무새처럼 되뇌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중국도 왜 미국과만 종전선언을 의논하느냐고 시비 걸고 나서서 골치 아픈데 남북문제에 빚은 있을망정 머리카락 한 올 만큼의 지분도 없는 일본이 감 놔라 배 놔라 참견하는 일도 가당찮은 판에 왜 국내 정치인이 그런 일본의 스피커가 되는가.

미국에 대해서도 한반도 문제에 관한 일본의 개입을 차단하도록 요구해야 할 판에 국내에서 힘깨나 쓰는 정치인들이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스스로가 민족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일류 기업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만든 고 이건희 회장의 말이 새삼스러운 오늘이다. 낡은 사고를 몽땅 바꾸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