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퇴직연금 ETF' 시장 줄줄이 출사표
은행권, '퇴직연금 ETF' 시장 줄줄이 출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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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신한은행에 이어 우리·국민은행도 연내 출시
'지연 매매·수수료' 걸림돌···'머니 무브' 막기 역부족
은행 ATM (사진=김현경 기자)
은행 ATM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퇴직연금 계좌 유치를 두고 은행과 증권 간 2라운드전에 돌입했다. 은행이 퇴직연금으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하면서 시장 내 비중을 늘려가는 증권사를 상대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이 퇴직연금 ETF를 출시하면서 은행에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 고객들도 은행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ETF 운용이 가능해졌다.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2일 '퇴직연금 ETF'를 출시하며, 하나원큐 앱을 통해 퇴직연금 자산을 ETF, 예금, 펀드 등으로 손쉽게 리밸런싱(Rebalancing) 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 1일 ETF를 퇴직연금 상품 라인업에 추가했다. 신한은행 퇴직연금 DC·개인형IRP 가입 고객이라면 신한 쏠(SOL) 퇴직연금 플랫폼인 '나의 퇴직연금'을 통해 ETF상품 운용이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현재 은행 퇴직연금 계좌로 ETF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전산 구축 작업 중이다. 작업을 마치는 대로 연내에 관련 상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은행까지 이달 퇴직연금 ETF를 출시한다면 4대 시중은행 퇴직연금 가입자들 모두 ETF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은행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퇴직연금 ETF를 선보이는 것은 시장 내 파이를 지키기 위해서다. 최근 들어 더욱 높은 수익률을 찾아 증권사로 이동하는 퇴직연금 '머니 무브' 현상이 가속화되자, 반격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올해 은행·보험에서 주요 증권사로 옮겨온 IRP 규모는 지난 9월 기준으로 8000억원에 달한다. 가입자들이 은행이 내세우는 안정성보다는 공격적 투자를 선택한 것인데, 이는 은행들이 꾸준히 ETF 상품에 공을 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은행이 꺼내든 퇴직연금 ETF는 가입자가 주문을 하면 은행이 ETF 매매를 대신해주는 구조다. 그간 ETF를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해왔지만, 실시간 매매 중개는 증권사의 고유 업무영역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금융당국에 부딪히자 은행들은 우회투자를 방식을 택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시장 호황으로 ETF에 투자하고자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고객이 늘고 있다"면서 "퇴직연금 ETF 상품을 통해 낮은 수익률을 개선한다면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시간 매매가 어렵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맞대응이 증권사로의 머니 무브를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수수료도 경쟁에 있어 걸림돌이다. 높은 수익률과 함께 수수료 면제 정책을 시행 중인 증권사와 달리 대다수 시중은행들은 대면으로 진행할 경우 IRP 수수료를 받고 있다.

고객의 입장에선 매매 시간이 지연되는 데다 수수료까지 지불해야 하다 보니 증권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퇴직연금 가입자들도 ETF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지만, 은행이 시장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면서 "대면 상담이나 부가 혜택 등 증권사와 다른 차별점 없이는 고객 이탈을 막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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