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SK그룹, 4인 부회장 체제로···'투자 노마드' 최태원, 질주 예고
[초점] SK그룹, 4인 부회장 체제로···'투자 노마드' 최태원, 질주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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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정준·박정호 이어 김준·장동현 부회장 승진
'파이낸셜스토리' 완성···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 가속
최재원 수석부회장 이달 'SK온' 통해 경영 복귀 '유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SK그룹이 2일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장동현 SK㈜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 임명하는 등의 2022년 임원인사,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로써 SK그룹은 지주 단위별 전문경영인 부회장이 총 4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SK E&S와 SK스퀘어 부회장에 각각 유정준 부회장, 박정호 부회장을 선임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지주회사 단위별 사령탑을 부회장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면서 최태원 회장의 '투자본능'이 거침없이 폭발할 수 있는 체제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그간 SK그룹은 에너지, 바이오, 반도체, 첨단소재 등 전방위적인 투자와 사업확대를 추진해왔다. SK그룹은 지주사인 SK㈜ 아래 SK이노베이션과 SK E&S, SK스퀘어 등 중간 사업 지주사가 연관 계열사를 총괄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중간 사업 지주사의 사령탑이 모두 부회장이 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공고히 하는 한편 M&A와 신사업을 통한 사업 확대를 꾀할수 있는 안정성도 강화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각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 파이낸셜 스토리를 이행하기 위한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주도적으로 결정했다"며 "그간 꾸준히 추진해 온 이사회 중심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뛰어넘는 수준의 거버넌스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동현(왼쪽) 신임 SK㈜ 부회장과 김준 신임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사진제공=SK)
장동현(왼쪽) 신임 SK㈜ 부회장과 김준 신임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사진=SK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 김준 총괄사장은 '그린(Green)' 중심의 성장전략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미래가치를 크게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1987년 유공(현 SK이노베이션)으로 입사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업지원팀장, SK에너지 사장 등 현장과 전략 등 주요 부서를 거쳐 2017년부터 SK이노베이션 CEO를 맡고 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환경사업위원회 위원장도 겸직하고 있다.

김 총괄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을 총괄하면서 친환경 사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화학, 윤활유, 석유개발, 이차전지 등 사업을 아우른다. 이보다 앞서 물적 분할한 배터리와 석유개발(E&P), 분리막 기업인 SK온과 SK어스온, SK아이이테크놀로지 외 SK지오센트릭·SK에너지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김 총괄 사장과 함께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장동현 SK㈜ 사장은 투자전문회사로서 SK㈜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4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투자와 글로벌 M&A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해 왔다. 아울러 ESG 경영의 적극적인 추진을 통해 SK㈜의 경영시스템 혁신도 주도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장동현 부회장은 △첨단소재 △그린 △디지털 △바이오 등 4대 핵심 사업을 맡는다. 첨단소재와 디지털 투자센터 내에 테크, 글로벌 담당 조직을 신설했다.

SK그룹 의사결정구조의 정점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변화를 줬다. 최규남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관계사 성장 전략 지원 및 미래 친환경 사업 발굴 기회 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기존 △전략 △환경사업 △정보통신기술(ICT) △커뮤니케이션 △인재양성 △소셜밸류(SV) △거버넌스 등 7개 위원회는 그대로 유지했다. 현임 위원장은 유임됐다. 박원철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신규사업팀장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SKC로 자리를 옮긴다. 박 신임 사장은 지난 2018년부터 SK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글로벌 성장과 사업 발굴을 맡아 그룹 내 '신규사업 전문가'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곽노정 제조·기술 담당 부사장과 노종원 미래전략담당 부사장을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사장 승진자가 이례적으로 동시에 2명이나 나왔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사장급 임원이 기존 이석희 사장과 김동섭 사장, 진교원 사장까지 더해 5명으로 늘었다. 박정호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더하면 사장급 이상 임원은 6명이다.

소재사업을 하고 있는 SK머티리얼즈에서는 이규원 경영관리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특수가스 신설법인인 SK머티리얼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이재홍 SK넥실리스 경영지원총괄도 사장으로 승진해 SK넥실리스를 이끌게 됐다.

2019년 6월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 공관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세번째)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두번째). (사진=SK그룹)
2019년 6월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 공관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세번째)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두번째). (사진=SK그룹)

SK그룹의 임원인사가 나오면서 재계의 관심은 경영 복귀 가능성이 언급됐던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행보에 쏠려 있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 수석부회장은 2013년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후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고, 현재 SK E&S의 미등기 임원만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 SK온 인사에서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될 경우 최 수석부회장은 SK그룹내 투자사업과 함께 큰 축을 이루는 배터리 수소 등 친환경 사업 분야에서의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SK온은 현재 경영상 주요 진행 사안들을 고려해 12월 중에 별도로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인사를 앞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날인 2일 임원이 가져야 할 5가지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최 회장은 이날 ‘다섯가지의 마라’라는 글에서 △사람이 마음에 안 든다고 헐뜯지 마라 △감정 기복 보이지 마라 △일하시는 분들 함부로 대하지 마라 △가면 쓰지 마라 △일희일비하지 마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이 글에 대해 "20년 전 썼던 글"이라며 "나와 제 아이들에게 늘 하는 이야기들"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정기 임원 인사 일에 이처럼 삶의 격언으로 보이는 글을 올린 데 대해 이날 그룹 계열사 고위직으로 발탁된 이들에게 우회적으로 조언과 충고의 메시지를 발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신규 임원 승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을 제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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