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중국이 침략역사 과시하는 이유
[홍승희 칼럼] 중국이 침략역사 과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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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을 대국이라고 지도자가 외교석상에서 스스로 뽐내는 나라는 현재 중국뿐이다. 물론 세상이 강대국들을 구분하고 또 그들끼리 모여 세상사를 재단하는 게 현실이지만 적어도 '우리가 강대국이니' 혹은 '강대국이지만 우리는' 등으로 외교무대에서 스스로를 내세우지는 않는다.

그러나 시진핑의 중국은 다르다. 최근 미국과의 마찰로 외교적 수세에 몰린 중국이 동남아 등 인접국들과의 관계개선에 나서면서 시진핑 주석이 한 말이 중국은 대국이지만 주변국에 압박을 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던가.

정부가 여론을 이끌고 다니는 중국이니만큼 지도자가 저런 말을 공공연히 하다 보니 일반 중국인들 또한 대국인 중국을 왜 다른 나라들이 대접하지 않느냐는 식의 네티즌 여론이 횡행한다.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을 가서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여 세계인의 눈총을 사는 일이 많은 것도 그들이 국제적 매너가 부족해서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에게 몹쓸 짓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니 급격하게 국력이 상승한 중국인들이 우월감을 드러내는 행동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도 적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중국이 외교적으로 보이는 여러 행태들을 보면 우리 속담 하나를 떠올리게 만든다.

'호된 시집살이 한 시어미가 며느리에게 더 호된 시집살이 시킨다'. 서구 열강에 의해 자존심을 짓밟혔던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경험을 가해국들 대신 지금 가난을 겪고 있는 나라들에 되갚는 식의 비틀린 답습행위가 꼭 그 모양처럼 보인다.

강대국들의 오만이야 역사적으로 늘 되풀이돼 왔고 오늘날이라고 크게 다를 바는 없지만 최소한 현대사회에 오면서 외교적으로는 상대를 대등한 파트너로 포장하는 기술들을 발휘한다. 그에 비해 중국은 주변국들에게 스스로 대국이니 알아서 자세를 낮추라는 고압적 외교를 거침없이 펼친다.

중국은 왜 그럴까. 지금 한껏 인내하는 듯 동남아 국가들에게 말로는 압박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러 주변국들과 육지가 됐든 해양이 됐든 끊임없이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이미 확보한 국토내 모든 역사를 애초부터 자국 영토였고 자국 역사라고 우긴다. 나아가 이웃국가들도 원래 자국의 속국이었고 따라서 앞으로 자국 역사여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한다.

시진핑이 트럼프를 만났을 때 한국은 원래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말했다고 트럼프가 밝혔다. 미국 대통령을 만나 굳이 한국역사를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는 계산속은 무엇일지 우리는 끊임없이 되묻고 또 대응법을 궁구해야 한다.

이미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한국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기 위한 작업을 오랫동안 벌여왔다. 또 지금은 한국문화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얻어나가자 갑자기 김치도, 한복도, 모든 한국문화도 다 중국 것이라고 세계를 향해 선전한다.

그 논리는 중국이 강탈한 만주의 조선족들이 같은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신장 위구르지역이나 티벳 땅을 강제 병합하고 벌이는 민족말살정책과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를 갖는다.

빼앗을 독자적 역사와 문화가 있으면 빼앗고 아니면 짓밟아 동화시키는 전형적인 식민지 정책이다. 중국과 다른 문화를 용납하지 않고 내 것이 될 수 없으면 세상에서 지워버리겠다는 침략자의 전형적 발상이다.

조선족을 내세워 한국문화침탈까지 나서는 것은 스스로가 침략국임을 인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침략의 역사를 과시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의 기세를, 저항의지를 꺾겠다는 폭력배들의 발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의 과거 역사는 기실 북방 유목민족에 의해 끊임없이 침탈된 역사였고 또 우리 사학계가 유기하고 부정하고 싶어 하는 고조선의 영향을 크게 받았던 문화였다. 동북공정 이전까지 중국의 학자들도 인정한 동이문화의 영향을 한국 사학계는 그 동이가 우리 민족과 관련 없다고 부정하는 탓에 중국의 제멋대로 논리에 대응할 무기가 되지 못하고 있지만.

문제는 저런 중국의 막무가내식 논리가 향후 변화될 동북아 정세 속에서 중국의 한반도 진입을 위한 사전포석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중국의 야망을 국내 학계가 뒷받침해주는 게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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