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환영 못받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기자수첩] 환영 못받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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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카드사 수수료 산정하는 시점에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확대해 부수업무를 허용하겠다고 하니, 미봉책이자 고육책이라는 느낌이 들죠." 얼마 전 만난 카드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나서 카드사의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를 허용하고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확대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카드사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각종 규제로 실행이 어려운 금융서비스를 최장 4년간 시범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주는 제도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 규제 특례가 부여돼 현행법에 근거가 없거나 금지되는 경우에도 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다.

금융권의 숙명이자 한계인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고 하는데 왜 박수치는 카드사가 없을까. 금융당국이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는 분위기를 잡아가면서 내놓은 미봉책이라 마냥 좋아할 수 없다는 게 카드사들의 반응이다. 한마디로 수익성 측면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

계속되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2007년 4.5%로 형성된 수수료율은 현재 1% 후반에서 2%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 부문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할부금융, 자동차금융, 리스 등의 비중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혁신금융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도 상당하다.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문턱을 낮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적시에' 시장에 데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업계는 실제로 아이디어가 비즈니스 모델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발굴에서 유관기관의 협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한 카드사 직원은 "카드수수료 인하로 본업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인데, 당장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이 부분을 보전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며 "실제로 수익 현실화 여부도 불확실한 데다, 수익을 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혁신금융서비스 제도 취지에 벗어났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혁신금융서비스를 특정 업계에 열어주겠다고 선언한 것은 일종의 특혜라는 설명이다. 혁신금융서비스가 말 그대로 '혁신적인 금융'을 위한 실험실이 돼야 하는데, 금융당국이 지정권을 가지고 무기처럼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변화의 기로에 선 국내 금융시장에서 카드사는 생사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려있다. 혁신은 강요가 아닌 자발성과 자율성에서 나온다. 업계 현실을 고려한 대책 마련과 혁신금융서비스 본래 취지에 맞는 제도 운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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