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인류는 3차대전 피할 수 있을까
[홍승희 칼럼] 인류는 3차대전 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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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으로 출발한 국제정세가 날이 갈수록 그 위험성을 키워가고 있다.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손을 떼고 중국에 국방력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하며 우방국들에게도 동참을 요구하고 또 앵글로 색슨계 국가들을 중심으로 세력이 모여드는 중이다.

중국이 고립되어 가는 상황에서 중국의 오랜 우방인 러시아는 미국의 신경이 동북아에 쏠린 틈을 타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는 정황이 드러나며 유럽을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 러시아의 동향은 우크라이나 한 나라로 그치지 않고 구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돼 나갈 조짐도 보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발칸 3국은 그들대로 연합 움직임이 보이고 터키는 돌궐민족연합을 제안하며 또다른 패권을 추구하고 나선다. 미군이 사용하던 무기 다 팽개치고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자마자 중국의 신장위구르 지역을 향한 공세를 펼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이 깊어지는 중국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이런 틈새에서 한국의 입장도 참으로 곤혹스러워지고 있다. 대만해협을 중국이 장악하는 것은 당연히 한국으로서 막고 싶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출썩거리며 그 전선에 동참한다고 나서기엔 중국과의 얽힌 일들이 많다.

당장 경제적인 문제들이야 어차피 큰 전쟁이라도 터진다면 뒷전으로 밀릴 문제이지만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6.25 휴전선언에 서명한 당사국이다. 남북간 관계를 풀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켜야만 할 긴박한 사유를 지닌 한국 입장에서 이런 중국과의 관계를 간단히 치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이 우방국으로서의 동참을 요구하더라도 한국은 중국과 북한의 밀착 정도가 더 심해지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 정말 3차 대전이라도 터지고 북한이 중국과 같은 전선에 서면 한국은 대만보다 북한 문제가 훨씬 다급한 문제가 된다.

중국과 북한이 군사적 행동에 함께 할 경우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 동북방면을 향한 선제공격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이제까지 시진핑이 해온 발언들로 볼 때 대만 다음 차례는 한국이 될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중국이 그리는 미래 지도에 한국도, 일본도 없다는 비밀문서라는 것들이 인터넷 상에 나돌고 있다. 물론 이런 떠도는 소문들을 다 믿을 수는 없지만 시진핑이 집권 이후 지금까지 펼쳐온 정책들을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정하기도 어렵다.

세계 최강국의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한 미국의 패권 유지전략에 우리가 왜 휘말려야 하나 싶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그 지위를 대신 차지하는 것을 방관하는 것은 한국에겐 최악의 상황일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 당장 불을 뿜는 전쟁이 터지는 것은 아닐 테지만 양국의 기세 싸움이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면서 사소한 사건 하나에도 본격적인 세계대전의 전선이 형성될 수 있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1, 2차 세계대전의 경우도 참가국들이 처음부터 그런 대규모 전쟁을 계획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서로 편을 짜고 힘을 모아 맞서면서도 처음엔 서로 힘겨루기 차원에서 을러대는 수준에서 부딪치지만 하다 보니 결국은 죽고살기로 싸우게 된 꼴이다.

지금도 미·중 양국 모두 크게 병력이 맞붙어 싸우는 것은 피하고 싶어 한다. 지금은 양쪽 모두 여차한 경우 대만 하나 두고 국지전 정도로 그칠 것을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지금 매우 나쁘고 유럽은 잃어버린 30년을 말하는 일본의 전철을 밟아간다는 걱정들을 할 만큼 더 나쁘다. 각국 정부들은 이런 상황을 피해가기 위해 차라리 전쟁이 낫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할 우려도 있다.

그게 아니어도 경제적 추락에 대한 마땅한 대처수단이 없고 미래가 불안한 대중들은 그 불안감을 외국을 향한 적대감으로 치환하는 일이 흔하다. 분노하고 미워할 대상이 필요한 대중들이 키워가는 불온한 기운에 정치인들이 호응하기 시작하면 사회는 순식간에 광기에 휩싸일 수 있음을 역사는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일본 극우들의 행태가 그 전형이다.

20세기 중반부터 키워온 인류의 집단지성이 지금 중대한 시험대 위에 놓였다. 광기에 먹혀 막대한 피를 흘리고 나서야 다시 이성을 되찾는 역사적 우를 다시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차분한 이성으로 위험한 지금의 고비를 평화롭게 헤쳐 나갈 길을 찾을지 온 인류가 그 선택의 시간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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