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코로나와 알코올
[김무종의 세상보기] 코로나와 알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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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동(서울) 먹자골목엔 사람들이 넘쳐난다. 특히 2030 젊은이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지난 13일 방역패스가 적용되기 직전으로 지금은 인파가 줄었는지 모르지만 코로나19로 잊혀진 연말 분위기가 되살아 났다.

이제 코로나19 확진자수 5000명, 6000명은 대수롭지 않게 들린다. 미국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100명 중 1명이 코로나로 인해 사망했다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아무래도 고령층과 면역이 약한 계층에 코로나는 위협적인 존재다. 때문에 백신 접종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타인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백신을 사실상 강제하는 행위도 논란이 된다. 주사 쇼크에 대한 안좋은 경험과 1, 2차 접종 때 이상 반응 등 개인 차에 따라 안맞을 기회도 줘야 한다.

연말엔 술자리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위드 코로나(일상회복) 조치는 술자리를 늘린 증폭제였다. 오미크론 여파를 예측하지 못하고 위드 코로나는 확진자 수 확대에 일조했다.

식당에서 입벌리고 안주며 알코올이며 먹고 마시고 하는데 대화 중에 튀어나온 비말들이 서로 공유가 안될 리 없다. 같은 공간에 누구 하나라도 감염자가 있으면 삽시간에 전파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술 한두 잔이 서너 잔이 되면서 취하면 위생엔 더더욱 신경을 쓰기 어렵게 된다. 취해 목소리 높여 말하기에 바쁘고 상대방이 하는 말의 경청은 안중에 없다. 본인이 감염자라면 코로나 감염의 주범이 되는 것이고 주범이 아니어도 입벌리는 횟수가 늘어나니 주변에 감염자가 있으면 본인이 1순위 접촉자가 될 것이다.

정부가 정한 규정 내 모임이야 어찌 할 수 없지만 이것도 따지고 보면 자영업·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것이지 까놓고 얘기하면 코로나 급 확산시 봉쇄 외 방법이 없다는 것은 전문가가 모르는 일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각자 주의를 기하는 것 외에는 코로나 확산을 막을 방도가 없다.

코로나와 알코올 중 누가 더 해로울까. 둘다 나쁜 당연한 답으로 우문이겠지만 굳이 통계를 들이밀자면 알코올 관련 사망자수는 하루 평균 12.9명(통계청, 2020)으로 연 4708.5명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는 지금까지 총 누적 4293명으로 최근 일평균 사망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민족이란 얘기를 누가 퍼트렸는지 모르지만 술을 좋아하거나 알코올 중독 등 술 문제가 있는 자는 코로나19 환경에서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술은 자기 절제 아래 천하를 통제할 정도의 능력이 있어야 술을 제대로 즐기는 죽림칠현의 현자가 될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술 앞에 무릎끓는 나약한 인간상일 뿐이다.

공자가 술은 무한으로 마셔도 자제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有酒無量不及亂)고 했으며 역사상 가장 술꾼으로 꼽는 위진 남북조시대의 죽림칠현 중 한명인 유령도 하늘을 이불로 삼을 정도로 취해 기행은 해도 상대방에게 피해줄 정도의 볼썽사나운 모습까지는 보이지 않은 것 같다. 

행여나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에 술을 즐기지 못하고 술에 노예가 되는 이가 있다면 코로나19라는 악성 보너스까지 더해질 수 있으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코로나19가 난무하는 연말 음주에 주도(酒道)를 유념하자. 주덕송(酒德頌) 중에 ‘유주시무(唯酒是務)하니 언지기여(焉知其餘)’리오(오직 술먹는 일을 일삼으니 어찌 그 나머지 일을 알겠는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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