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개편안에 속내 복잡한 카드업계···적자 '부담'·제도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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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카드 수수료 최대 0.3%p 인하안 발표···4700억 규모
카드업계 "적자 폭 확대 불가피···개선 방안 즉각 적용해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정부가 23일 발표한 카드 수수료 종합개편방안에 카드업계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정부 안대로 가게 되면 내년에도 적자가 불가피해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해야 하는 데다가 수수료율 인하 폭도 예상보다는 컸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TF를 꾸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에 대한 논의를 처음 시작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2018년에 비해 수수료 인하 폭이 적어 선방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때가 과도했던 것을 알 수 있다"며 "적격비용 재산정이 지금까지 총 4번 이뤄졌는데, 이번 개편안 인하 규모가 2번째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판단한 수수료 인하 여력은 4700억원 가량이다. 역대급을 기록한 2018년 수수료 인하 규모(1조4000억원)에 비하면 규모가 적긴 하지만 충분히 부담스러운 수치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저금리 기조가 반영된 적격비용을 적용한다는 부담도 있다. 앞서 엎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이어진 저금리 기조로 조달금리가 최저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 말부터 급격한 금리인상이 이뤄지고 있어 수수료율에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인하 폭이 당초 업계가 예상한 수준보다는 컸다"며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도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계속되는 인하로 신용카드 부문에서 이미 적자가 나고 있어 적자 폭은 당연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은 대안에 경쟁력 강화에 대한 규제 개선, 적격비용 제도에 대한 논의가 포함됐다는 것"이라며 "특히 적격비용 제도에 대해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처음이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 방향을 '영세한 가맹점의 수수료 부담 약화'로 잡고 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최대 0.3%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영세 가맹점의 우대수수료율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금융위 개편안에 따르면 조정 금액의 약 60%를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에, 약 30%를 연매출 3억~10억원 중소가맹점에, 약 10%를 연매출 10억~30억원 중소가맹점에 배분한다.

다만 당국은 제도 시행 후 카드사가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얻기 어려워짐에 따라 카드론이 확대되고 소비자 혜택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만큼 소비자 그리고 가맹점, 카드업계를 중심으로 상생 협력을 위한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적격비용 제도 개선을 위한 TF를 내년 1분기 중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관건은 시기다. 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카드 부문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을 인정한 만큼 어떻게 빨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당국이 밝힌 경쟁력 제도 개선 방안들이 즉각적으로 적용돼야 수익성 악화를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개선안에 대해서는 적합성, 주기 등 이슈가 된 모든 내용들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누적된 적자와 비용 절감으로 카드 모집을 할 수 없게 되면 결국 카드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축소되고 카드 모집인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고객들과 직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지도 카드업계로서는 숙제인 상황이다.

카드업계 노동자들도 수수료 인하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개선 TF 구성에 대해서는 반기는 분위기를 풍겼다.

카드사 노조는 논평을 통해 "카드 수수료의 인하 중단과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한 우리 카드 노동자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개편안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과 유감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다만 논의과정에서 카드업계와 카드노동자들의 현실이 일정부분 감안된 것은 다행이며, 제도개선 TF 구성 및 운영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와 양대 금융권 산별노조는 입장과 향후 계획을 정리해 오는 27일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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