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지방 소도시 소멸 우려 해법 찾기
[홍승희 칼럼] 지방 소도시 소멸 우려 해법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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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방 소도시들의 소멸 가능성을 제기하는 연구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농촌 인구 고령화를 넘어 공동화 현상까지 거론되더니 끝내 그런 농촌지역을 끼고 있는 지역 소도시들마저 급격한 인구감소를 겪으며 소명 위기가 다가온다고 한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로의 인구유입 증가는 꾸준히 이어졌고 이는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그 어느 나라보다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만큼 서울 한곳을 향한 거대한 인구집중이 일어나는 나라는 없다. 서울과 줄을 이어 형성된 수도권 신도시까지 이어지는 인구의 수는 전 국민의 절반을 넘어섰고 지금도 서울을 향한 인구집중 속도는 줄어들고 있지 않다.

반면 농촌은 비어가고 많은 수의 지방소도시들 또한 머잖은 시기에 소멸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웬만한 농촌에는 노인들만 남아있어서 50, 60대가 청년으로 취급될 지경이다.

그러다보니 젊은이들이 농업에 뜻을 두고 귀농을 해도 함께 일할 일손을 구할 수가 없어 이주노동자들의 손을 빌린다. 그런데 그 이주노동자들마저 기회만 있으면 도시 산업현장으로 떠나고 어쩔 수 없이 농촌에서는 불법이주노동자들이라도 불러들인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조차 없으니까.

바쁜 농사철에는 일당 25만원에도 이주노동자조차 구하기 힘든 이유는 농업노동자들을 노동법으로 지켜주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5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는 농어촌 이주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근로시간, 휴게, 휴일 규정이 무시되고 산업재해보상도 못 받는다. 임금체불시 국가가 일정 금액을 우선 먼저 지급해주는 '대지급금' 제도에서도 소외된다,

공장 노동이든 농장 노동이든 같은 법률적 보호막이 있어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농업 노동자의 실재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온다. 그런 현실과 괴리된 법, 정책의 틈새를 불법 인력업체들이 뚫고 자리 잡는다.

농업노동자의 실재와 농촌의 계절적 구인난 등을 현실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일은 꼭 이주노동자들만이 아니라 국내의 유휴인력들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지자체들이 각 지역별 구인실태를 실시간 공지함으로써 불법 인력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인력 쏠림 현상이 농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소도시들마저 인구감소로 소멸위기가 확산된다는 점이다. 농어촌이 비어간다는 것이 식량생산의 토대를 허물어뜨린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사회현상이지만 소도시들마저 소멸될 위기를 겪는 것은 결국 그 모든 인구를 대도시, 그것도 인구가 터져나갈 듯한 서울과 수도권이 다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재앙을 키우는 일이다.

지방 소도시의 존재는 주변 농어촌 지역이 지닌 문화적 결핍을 해소하고 부족한 교육환경 및 의료서비스를 채워주는 역할이 크다. 그런 소도시의 소멸은 그나마 귀농을 꿈꾸는 소수의 인구마저 밀어내는 일이 된다.

한동안 귀농 귀촌이라는 말이 유행이었으나 요즘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우선 나이든 이들이 시골에서의 은퇴생활을 거론하면 주변에서 당장 '나이 들수록 병원 가까이 살아야 한다'며 말린다. 젊어 한때 직장을 따라 지방 도시로 내려갔던 친구들은 한결같이 문화적 결핍감 때문에 기를 쓰고 서울로 돌아왔다고 했다.

학력으로 줄 세우기하는 사회시스템은 젊은 부모들이 서둘러 서울 수도권으로 몰려들게 만든다. 서울에서 키운다고 다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대도시의 입시교육환경이 더 우수하다는 믿음으로 쫓기듯 서울을 향한다. 학교 외적으로도 대도시가 주는 경험이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니 그런 서울 지향을 말릴 명분도 없다.

국가가 현재의 인구 편중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할 일은 현지 일자리 만들기가 다는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을 헌법이 묶고 있어서 못 옮긴다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추세를 방치하면 생길 문제가 어디 한둘인가.

더 늦기 전에 '살기 좋은 농촌'이라는 환상의 현실화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 강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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