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는 금융권 유리천장·순혈주의···ESG·디지털화 반영
깨지는 금융권 유리천장·순혈주의···ESG·디지털화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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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내 잇달아 '최초' 여성리더 탄생
디지털인재 수혈 가속화···순혈주의 '옛말'
(왼쪽부터) 하나은행 김소정 디지털리테일그룹 부행장과 이번 인사에서 본부장으로 발탁된 박영미 손님행복본부장, 고금란 영업지원본부장 (사진=하나은행)
(왼쪽부터) 하나은행 김소정 디지털리테일그룹 부행장과 지난 27일 인사에서 본부장으로 임명된 박영미 손님행복본부장, 고금란 영업지원본부장 (사진=하나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권 연말인사에서 '여성리더'와 '디지털인재' 바람이 거세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이 전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금융권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를 탈피해 역량을 갖춘 여성인재를 적극 기용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 변화의 흐름은 디지털인재 수혈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에서도 감지된다. 여성인재 기용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과 맞닿아 있다면 디지털인재 수혈은 기업의 생존과 결부됐다는 게 공통적인 평가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27일 단행한 임원 인사를 통해 박영미 손님행복본부장과 고금란 영업지원본부장 등 2명의 여성 본부장을 새로 선임했다. 모두 하나금융그룹의 여성리더 육성 프로그램 '하나 웨이브스(Waves)' 출신이다.

앞서 올해 상반기 영입돼 은행의 디지털리테일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소정 부행장과 이인영 소비자보호그룹 상무, 김미숙 연금사업 본부장까지 합하면 하나은행의 여성임원·본부장은 총 5명이다. 다른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가장 많은 여성리더를 보유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선 신한DS 대표이사, 김명희 신한금융지주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부사장,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 (사진=신한·KB금융그룹)
(왼쪽부터) 조경선 신한DS 대표이사, 김명희 신한금융지주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부사장,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 (사진=신한·KB금융그룹)

지난 16일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신한금융그룹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했다. 조경선 신한은행 디지털개인부문 겸 개인그룹 부행장이 신한DS 대표이사에 내정되면서 최초의 여성 CEO가 됐다. 조 부행장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마케팅 등에 전문 역량을 갖춘 만큼 그룹의 디지털·IT 전문 계열사를 이끌도록 했다는 게 그룹의 설명이다.

그룹의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부사장) 자리에도 여성이자 외부 전문가인 김명희 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을 앉혔다. 그룹 CDO 자리에 여성 인재를 임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사장은 한국IBM, SK텔레콤,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등 민·관을 넘나들며 쌓은 디지털전환(DT) 추진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의 디지털·ICT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KB금융그룹도 최근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의 연임을 결정했다. 특히, 박 대표의 연임은 여성리더 기용 트렌드를 넘어 그룹 내 성과중심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박 대표가 이끌고 있는 KB증권은 현재 1조클럽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박 대표는 사모펀드 손실 사태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뛰어나 이번 인사에서 마지막까지 고민의 대상이 됐던 것으로 안다"며 "대체할 수 없는 그룹 여성인재란 점에서 내부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부문에서도 외부 인재를 적극 기용하는 등 순혈주의 문화가 옅어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인재 수혈은 여성인재 기용과 맞물려 이뤄지는 모습이다.

이번 인사에서 신한지주 CDO로 임명된 김명희 부사장에 앞서 지난해 12월 신설된 신한은행 디지털혁신단의 유닛장 2명도 모두 외부 인재로 채워진 사례다. 이 중 여성인 김혜주 마이데이터 유닛장은 SAS코리아, SK텔레콤, 삼성전자, KT 등을 거치며 데이터 관련 직무 역량을 키웠다. 김준환 데이터 유닛장은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 삼성전자, SK C&C 등에서 빅데이터·AI 기술부문을 총괄한 전문가다.

디지털인재 영입 추세는 여성인재 발탁과 더불어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주요 은행들은 새롭게 디지털전환(DT)을 추진할 본부를 꾸리거나 격상시키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흐름에 따른 세대교체와 혁신이 금융회사의 생존 전략으로 떠오른 만큼 조직개편에 맞춘 디지털 전문가 수혈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플랫폼·디지털 혁신 양상이 몇 배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당장 새로운 시각을 반영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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