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금융1호 공약 '편면적 구속력' 재부상에···금융권 '긴장'
이재명 금융1호 공약 '편면적 구속력' 재부상에···금융권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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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원 이하 분쟁조정 결정시 금융사 수용 의무화"
이용우 의원실 "소비자 보호" VS 금융권 "과도한 제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페이스살림에서 열린 '일하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페이스살림에서 열린 '일하는 여성을 위한 스타트업 대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과에 불복할 수 없다는, 이른바 '편면적 구속력'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1년여간 국회에 계류중인 가운데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관련 내용을 금융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대선을 앞두고 금융회사의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공약과 법안이 잇달아 등장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0일 정치·금융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 7일 일정금액 이하의 보험금 분쟁조정 결과에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관련 내용이 담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재추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 2020년 8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2000만원 이하 소액분쟁사건에 대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조정안을 금융소비자가 수락하면 금융회사가 불복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법안은 찬반 입장차가 뚜렷해 정무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1년5개월째 표류하고 있었으나 이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용우 의원실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가 공약이라고 발표까지 했으니까 여당 간사가 야당 간사와 협의해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올리려고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번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때에도 고승범 금융위원장에게 관련 질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편면적 구속력은 여야 간 입장차가 뚜렷한 데다 당국·금융회사·소비자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실제 도입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편면적 구속력의 핵심 쟁점은 분쟁조정 결정이 법적으로 다툴 여지 없이 합리적이냐는 것이다.

금융회사는 분조위의 결정이 무결하다고 보장할 수 없는 만큼 소액이라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주장은 키코사태를 두고 분조위 결정과 법원의 판단이 달랐던 데서 비롯됐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은행이 기업 외화를 시세보다 싸게 사들이는 구조의 외환파생상품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치솟으면서 키코 가입 기업들이 큰 피해를 봤다.

이후 금감원 분조위는 직전 윤석헌 원장 체제에서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 등에 6억~150억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으나 대부분의 은행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은행들은 2010년 키코사태 당시 '키코상품 판매는 불공정계약이 아니다'라는 법원 판결을 불수용 근거로 들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분조위 결정이 금감원장의 기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은 키코사태를 통해 이미 확인됐다"며 "소액이라도 민원인이 다수가 되면 배상액 자체는 커질 수밖에 없는데, 같은 사안을 두고 법원 판단을 받아볼 수조차 없는 것은 과도하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당 개정안에 찬성하는 측은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개인 간 소송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인 만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소액에 한해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용우 의원실 측은 "금액에 상관없이 분쟁조정 결과에 무조건 승복하라는 주장은 위헌이 될 수 있지만 2000만원 이하 소액으로 한정할 경우 재판받을 권리를 반드시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법조계 의견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송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소송가액이 2000만원 이하일 경우 실익이 크지 않아 소송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기관은 상대적으로 자체 변호사도 있어서 실익이 큰데, 이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을 둘러싸고 양측 입장차가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재추진 관건은 오는 3월 대선 전 정무위 전체회의가 열릴지에 달렸다. 여당 측은 다음 전체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 재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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