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현대重-대우조선 합병 불허로 가닥···"LNG 시장 독점 우려"
EU, 현대重-대우조선 합병 불허로 가닥···"LNG 시장 독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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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불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럽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선사가 몰려있는데 양사 합병이 이뤄지면 시장이 독점되면서 화물 선박 공급을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EU의 담당 위원회가 이번 주 중으로 현대중공업 그룹의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사안에 정통한 세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유럽에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있는데 양사 합병이 이뤄지면 LNG 운반선의 독과점을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양사 합병에 대한)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LNG 가격 상승으로부터 유럽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시장에 나온 LNG 운반선 78척 가운데 47척을 쓸어 담은 것처럼 양사의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LNG 운반선 시장 점유율이 이를 방증한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산 LNG 운임 비용은 치솟는 수요로 이미 하루 30만달러(한화 약 3억5880만원)를 넘긴 상태며 설상가상으로 유럽은 현재 러시아와의 분쟁으로 LNG 육상 수입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LNG 운반선 가격을 당분간 인상하지 않고 현지 중소 선박업체들에 일부 건조 기술을 전수하는 등의 조건을 제시하며 EU 측을 설득했지만 이 같은 제안은 미흡하다고 판단,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FT는 EU 관리들을 인용해 현대중공업이 EU가 요구한 다른 문제들을 해결할 방안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EU가 만일 양사 합병 불허 결정을 내리면 2019년 이후 처음으로 기업 간 합병을 무산시키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EU는 지난 2019년 소비자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인도의 타타철강과 독일의 티센크루프간 합병을 승인하지 않았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9년 3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공식화했다. 이후 해외 6개(싱가포르, 중국, 카자흐스탄, EU, 일본, 한국) 경쟁 당국에 합병 심사를 요청했다. 

EU 집행위는 같은 해 12월 두 기업 간 합병 심사를 개시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심사를 세 차례나 일시 유예했다가 지난해 11월 22일 심사를 재개했다. 심사 기한은 이달 20일까지다.

지금까지 싱가포르, 중국, 카자흐스탄에서 규제당국의 조건없는 승인을 받았지만 EU와 일본, 한국에서는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 나머지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두 기업 간 합병은 무산되며 사실상 EU의 결정이 일본과 한국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다분하다.

현대중공업 측은 EU가 대우조선과의 합병을 조건없이 승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FT를 통해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시장은 단순 점유율로만 지배력을 평가하기 불가능하고 특정업체의 독점이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라며 "EU도 조건 없는 승인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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