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끈 현대重-대우조선 M&A 무산···韓 조선업 재편 '원점' (종합)
3년 끈 현대重-대우조선 M&A 무산···韓 조선업 재편 '원점'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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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선 독과점 우려···현대重 "시정요구 등 대응책 마련"
정부 "EU 측 불승인 아쉬워···시장 경쟁력 개선에 최선"
대우조선해양 경영난 극심···산은 책임론도 불거질듯
현대중공업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을 불허함에 따라 3년간 끌어오던 기업결합은 최종 불발됐다.  양사 통합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의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새주인 찾기'는 물론 한국 조선업 재편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국가 차원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LNG시장 독과점 우려로 불허···현대重 "경쟁자들 늘 존재, 특수환경 고려해야"

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는 M&A 불허 이유로 양사 결합으로 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형성해 경쟁을 저해한다는 점을 지목했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시장에 나온 LNG 운반선 78척 가운데 47척을 쓸어 담은 것처럼 양사의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LNG 운반선 시장 점유율이 이를 방증한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아시아산 LNG 운임 비용은 치솟는 수요로 이미 하루 30만달러(한화 약 3억5880만원)를 넘긴 상태며 설상가상으로 유럽은 현재 러시아와의 분쟁으로 LNG 육상 수입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인수 주체였던 현대중공업지주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설령 두 기업의 과거 시장 점유율이 높을 지라도 조선 산업의 경쟁은 '입찰'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입찰 승패 여부에 따라 점유율이 크게 변동한다"면서 "단순히 높은 점유율만으로 섣불리 독과점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EU 측 결정이 비합리적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앞서 회사는 지난 2019년 12월 기업결합심사를 심사를 개시한 이래 약 2년동안 글로벌 법률자문사 프레쉬필즈(Freshfields), 경제분석 컨설팅 기업인 컴파스 렉시콘(Compass Lexecon)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조선시장은 단순히 기존의 시장 점유율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EU측에 지속 설명해왔다.

LNG선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LNG화물창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GTT사와 노르웨이 모스 마리타임(MOSS Maritime)사가 LNG화물창 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고 GTT나 모스로부터 화물창 기술 이전(라이선스)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현재 LNG선 화물창에 대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조선소(Licensee)가 전 세계적으로 30개사 이상이 있기에 생산과 기술의 관점에서 보면,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입찰 경쟁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업체의 독점은 있을 수 없다는 게 현대중공업지주 측 설명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경쟁 소비자위원회(CCCS)도 이 같은 시장의 특징을 인정해 2020년 8월에 아래와 같이 조건 없는 승인을 내린 바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EU 공정위에서 우려를 표명한 LNG선 시장의 경우, 이미 삼성중공업과 중국 후동조선소, 일본 미쓰비시, 가와사키 등 대형조선사와 러시아 즈베즈다 등과 같은 유효한 경쟁자들이 시장에 존재한다"며 "본 기업결합이 LNG선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답한 유럽의 고객은 사실상 없었다는 점도 확인됐다"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최종 결정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EU 법원을 통한 시정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사진=산업은행)

◇'빅2' 조선업 재편도 수포로···'빨간불' 대우조선 살리기 과제 

이로써 3년간 끌어오던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M&A는 무산됐다. 

조선과 항공 등 다국적 기업은 M&A를 진행할 때 주요국 경쟁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히 유럽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대형 고객사들이 포진한 곳으로, 해당국이 기업결합을 불허하면 그 지역에서 사업을 할 수 없기에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필수 지역으로 꼽힌다.

그간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으로부터 무조건 승인을 받았지만 EU 측 불승인으로 인수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특히 시장에서는 부채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생존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이 297.3%로 높아졌다. 양사의 합병 무산은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때문에 대우조선해양 지분 과반(55.7%)을 보유한 지배주주인 산업은행 또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대우조선해양 새 주인을 찾아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시장에선 사업전략이나 과거 인수·합병 행보를 토대로 포스코, 한화, 효성, SM그룹 등을 잠재 인수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다만 조선업의 업황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적절한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EU 측 결정에 대해 "양사 간 기업결합이 국내 조선산업의 규모경제 시현, 과당경쟁 해소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반된 EU측 불승인 결정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조선산업 여건 개선을 최대한 활용해 국내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와 대우조선 정상화를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며 "핵심기술‧기자재 중심 고부가가치 산업전환, 원활한 생산인력 수급, 상생‧발전 생태계 구축 등 조선산업 경쟁력 확보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찾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입장"이라며 "외부전문기관의 컨설팅 등을 바탕으로 산은 중심의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방안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은 회사가 정상적으로 수주·조업할 수 있도록 선수금보증(RG) 등 기존 금융지원을 올해 말까지 이미 연장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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