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불발' 갈 곳 잃은 대우조선해양···정부·산은 '새 주인 찾기'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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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불확실성 조선업 특성·부채비율 상승···인수 주체 부담느낄 것"
정부 "슈퍼사이클 도래·호황기 상황···경쟁력 방안 마련할 것"
(사진=대우조선해양)
(사진=대우조선해양)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되면서 다시 새 주인을 찾아 나설 전망이다.

정부는 조선업이 10년만에 슈퍼사이클에 접어들면서 호황기를 맞고 있다는 점과 친환경 선박 기술 경쟁력이 독보적이라는 점을 들며 M&A 불발이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반면,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당장의 유동성 문제는 없을지라도 변수가 많은 조선업이라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점, 부채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전날 유럽연합(EU)이 양사 기업결합을 불허함에 따라 조만간 한국조선해양과 체결한 대우조선해양의 전략적 투자 유치 관련 현물출자·투자계약을 종결할 예정이다.

산은은 현재 대우조선해양 지분 과반(55.7%)을 보유한 지배주주다. 거래의 선행조건인 기업결합 승인이 충족되지 못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된 심사 요청도 철회 수순을 밟게 된다.

앞서 산은, 수출입은행 등 주채권은행은 2015년 이후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에서 총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을 투여한 바 있다. 2017년 부여한 2조9000억원 규모의 크레디트라인까지 포함하면 자금공여 한도액은 총 7조1000억원 달한다. 다만, 일종의 '마이너스통장' 성격인 크레디트라인은 사용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EU 위원회의 불허 승인 발표 직후 관계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내고 "양사 간 기업결합이 국내 조선산업의 규모경제 시현, 과당경쟁 해소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와 상반된 EU 측 불승인 결정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면서도 "최근 조선산업 여건이 2019년 당시보다 개선돼 EU의 불승인 결정이 우리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기업결합 추진을 결정했던 당시에는 2016년 수주절벽과 장기간 불황의 여파에 따른 국내 조선사 간 가격경쟁 및 과잉공급의 해소가 시급한 상황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전 세계 발주량이 회복되면서 물동량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힘 입어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기술에 독보적인 국내 조선사들이 호황기에 접어들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우조선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야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대우조선 채권단은 대우조선이 정상적으로 수주·조업할 수 있도록 선수금보증(RG) 등 기존 금융지원을 올해 말까지 이미 연장했다"며 "외부전문 기관의 컨설팅 등을 바탕으로 대주주인 산은 중심의 대우조선 경쟁력 강화방안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옥포조선소에서 선박 대 선박 LNG 선적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옥포조선소에서 선박 대 선박 LNG 선적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우조선해양)

반면, 시장에서는 대우조선의 적절한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선업 자체의 변수가 많아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데다 방산 부문까지 포함하고 있다 보니 외국기업 및 사모펀드의 접근이 제한돼 인수 가능한 업체가 한정돼있다. 여기다 지난해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실적 악화로 대우조선해양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297.3%까지 치솟았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아직 2조7000억원가량의 자본 여유가 있고 지난해 수주목표 달성률이 141%를 기록하는 등 수주 잔고가 쌓이면서 이르면 내년부터 흑자가 기대되나 그 사이 어떤 이슈가 발생할지 몰라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는 전망을 내놨다.

더구나 EU가 독점을 이유로 기업결합을 불허한 만큼 다른 '빅3' 업체인 삼성중공업과의 합병도 불가능해져 조선 외의 다른 산업군으로 매각이 불가피해진 점도 악재로 작용한다.

현재 포스코, 한화, 효성그룹, SM그룹 등이 잠재적인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고 있으나 이 같은 여건이 부담으로 작용해 이들이 인수전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때문에 인수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슈퍼 사이클에 기대 매각 적기를 놓칠 경우 대우조선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조상래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는 "정부와 산은으로선 어렵더라도 최대한 빨리 재매각 방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현 체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대우조선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EU 집행위는 전날 "이번 M&A는 최소 60%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사가 만들어짐에 따라 결국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형성해 경쟁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양사 결합을 불허했다.

특히 이번 불허 결정이 역내 에너지 수요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드러냈다. EU는 세계 3위 LNG 수입국으로, LNG 운반선 시장 독점에 따른 선박 가격 상승이 LNG 운임에 영향을 줘 궁극적으로 LNG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 담당 EU 집행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M&A 승인 시 EU 고객사들에는 적은 대안만 남게 돼 궁극적으로 에너지 소비자들이 더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19년 12월 심사를 개시한 이래 3년간 끌어온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M&A는 최종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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