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항로운임 담합' HMM 등 23개 해운사 과징금 962억원 부과
공정위, '항로운임 담합' HMM 등 23개 해운사 과징금 962억원 부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5년간 120회 의도적 신고 누락···공정거래법 위반"
조성욱 위원장 "화이부동···법 집행 엄중히 할 것"
(사진=HMM)
(사진=HMM)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5년간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총 120차례 운임을 담합한 HMM, 에버그린 등 국내외 선사들에게 과징금 962억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당초 해당 항로에서 발생했던 매출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 8000억원을 부과할 계획이었으나 처벌 수위를 낮춤에 따라 업계는 '제 2의 한진해운 파산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18일 브리핑을 통해 "23개 국내‧외 컨테이너 정기선사들은 기본운임의 항로 운임 인상, 각종 부대운임 도입 및 인상, 대형화주에 대한 투찰가 등 제반 운임을 총체적‧망라적으로 합의함으로써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이 같은 운임 합의를 위해 회의를 소집하고 합의된 운임의 준수를 독려한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동정협)에 대해서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6500만 원을 부과키로 했다.

◇운임 인상·내부 감사위원회도 꾸려···"부당행위 명백"

공정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3년 10월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주요 국적선사 사장들은 한~동남아, 한~중국, 한~일본 항로에서의 동시 운임을 인상해야 한다며 의견을 모았고 이를 계기로 담합이 시작됐다.

이들은 2003년 당시 한~동남아 해운 시장의 72.5%(수출), 76.0%(수입) 점유하고 있었다.

이후 동정협 소속 기타 국적선사 및 IADA 소속 외국적선사도 차례로 담합에 합류하면서 총 23개 국내외 선사들(HMM, 고려해운, SM상선 등 국적선사 12개. CNC, 에버그린, 씨랜드머스크 등 외국적선사 11개)이 모이게 됐다. 

이들은 지난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541차례의 회합 등을 통해 총 120회 컨테이너 해상화물운송 서비스 운임에 대해서 합의하고 이를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른 선사들의 화물은 서로 침탈하지 않기로 하는 '물량이동(shifting) 제한'을 지킴으로써 기존 거래 화물(화주)을 상호 보호하고, 합의운임을 준수하지 않는 화주에 대해서는 선적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들은 담합으로 의심을 사지 않도록 운임인상 금액은 1000원, 시행일은 2~3일 정도 차이를 뒀고 최저운임, 투찰가 결정 내역 등을 대외비로 관리했으며 관련된 대형화주의 이름을 이니셜 처리한 것이 공정위의 조사로 확인됐다.

이 같은 합의 실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세부 항로별 주간선사·차석선사를 선정했으며 동종협 사무국이 선사들 간 매개 역할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국적선사들은 중립위원회를 통해 운임감사를 실시하고 합의를 위반한 선사들에게는 6억원에 달하는 벌과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당시 해운사들은 해운법 29조에 따르면 해운사는 운임·선박 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으려면 △공정위의 인가를 받고 △사전 화주단체와의 서면합의 △공동행위 내용을 해수부 측에 신고 △공동행위 입·탈퇴를 제한하지 않는다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부당한 공동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적용받게 된다.

공정위는 "해운법상 신고와 협의 요건을 준수하지 않았으므로 이번 운임 담합은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가 아닌 불법"이라며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확고히 했다.

또 18차례 운임회복(RR) 신고 내 120차례 운임합의(대부분 최저운임‧부대운임 합의)가 포함되므로 120차례 합의를 별도로 신고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 일부 선사들에 대해서도 "운임회복(RR)과 최저운임(AMR)은 서로 다른 운임인상 방식이고 선사들은 화주단체와의 협의를 회피할 목적으로 AMR를 합의했다"며 "18차례 신고와 120차례 운임합의는 전혀 별개의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성욱 공정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조성욱 공정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조성욱 "운임담합 관행 타파에 의의"···해운법 개정 합리적 대안 마련 

아울러 공정위는 23개 선사에 대해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제19조 제1항 제1호(가격담합)을 적용했고 동정협에 대해서는 제26조 제1항 제1호를 적용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조 위원장은 "이 사건은 통상적인 담합과 달리 선사들의 공동행위가 해운법상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존재하는 사안"이었다며 "이번 해운담합 건을 처리하면서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사자성어를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운업의 특수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반경쟁적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법집행을 해야 하는 경쟁당국으로서 역할은 변할 수 없다"며 비판키도 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그동안 해운시장에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선사들의 운임 담합 관행을 타파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수많은 수출입 기업들인 화주들의 피해가 예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한~중국 항로와 한~일본 항로에서의 운임 담합 건에 대해서는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한편, 조 위원장은 해운법 개정 관련 "해수부와 실무 차원에서의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잠정적으로 합리적 대안을 마련했다"며 "농해수위에 계류 중인 개정안에 그 내용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