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탈모' vs 윤석열 '당뇨'···'고갈 위기' 건보 적용 논란
이재명 '탈모' vs 윤석열 '당뇨'···'고갈 위기' 건보 적용 논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李 '소확행 공약'···尹 '석열씨의 심쿵약속'
"건보 적자 행진, 실손보험 영향 따져봐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탈모의 급여화' 정책을 내놓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혈당 측정기 지원' 정책을 공약했다. 두 후보 모두 이른바 '비급여의 급여화' 대책을 통한 건강보험 보장 확대로 표심잡기에 나선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 확대는 국민 생활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표적인 복지 정책 중 하나로 민감한 이슈로 꼽힌다. 태생적으로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 사회보험이지만, 실손보험을 포함한 민간보험과도 큰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급여화 필수성, 재정 건전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李·尹 '비급여의 급여화' 대책···"건보 적용 확대"

대선을 7주 정도 앞둔 지난 17일 윤석열 후보는 '석열씨의 심쿵약속' 열두 번째 공약으로 "임신성 당뇨와 성인 당뇨병 환자에게 연속혈당 측정기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 측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연간 10%씩 증가하고 있다. 진료비 부담도 연간 3조원 수준에 이른다. 연속혈당측정기는 혈당치와 혈당추세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주는 기기로 혈당관리가 필수인 당뇨병 환자들이 이용하는 소모품에 해당한다. 

이번 공약은 임신성 당뇨나 성인 당뇨병 환자(2형)에 대한 지원 확대에 방점이 찍혔다. 현재 당뇨병 환자의 연속혈당측정기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은 소아 환자(1형)만을 대상으로 할 뿐 2형에 대한 지원은 없는 상태다. 그러나 2형에 포함되는 성인 당뇨병 환자는 전체 당뇨병의 90% 수준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앞서 이재명 후보는 14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이재명의 합니다-소확행 공약 46'에서 "탈모 치료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탈모 치료제의 건보 적용 공약을 공식화하는 동시에 중증 탈모의 모발이식을 지원하겠다는 구체적인 입장도 전했다. 

현재 탈모는 대표적인 건강보험 비급여 영역에 속한다. 환자들이 탈모 치료제를 처방받기 위해 연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약값을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후보는 "탈모 치료가 곧 연애고 취업이고 결혼이다"라는 문장을 인용하며 탈모인이 겪는 불안·대인기비·관계 단절이 삶과 직결될 뿐 아니라 치료 받는 환자의 남녀 비율도 거의 비슷하다며 공약 배경을 설명했다.

이 후보 측에 따르면 전체 탈모 치료 환자의 2%를 제외한 나머지 치료는 노화, 유전으로 인한 '미용' 목적으로 간주 돼 건강보험 적용에서 제외되고 있다. 대한탈모치료학회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는 1000만명 이상으로 집계된다.

◇ "재정·위중도 등 철저히 검증해야"···실손보험 과잉진료 증가 우려도

보험업계 관계자와 업계 안팎 전문가들은 개인 삶에서 탈모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경우 치료에 대한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건보 재정이 한정돼 있다는 점, 최근 보험금 누수 문제와 보험료 인상 논란으로 시끄러운 실손보험에 대한 영향도 크다는 점 등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 내에서 비급여 항목이었던 치료가 급여로 전환될 때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은 예상 지원액, 필수 의료 여부, 위중도 등인데 탈모 치료와 당뇨병 지원 공약을 만들 때 이런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건강보험은 2020년 기준 3531억원 적자를 냈다. 2018년(1778억원 적자)과 2019년(2조8243억원 적자)에 이어 3년 연속 적자 기록이다.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 역시 2020년 기준 17조4181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추가 비용 문제도 지적된다. 국민 재원으로 충당되는 건보인 만큼 급여 항목이 늘어나면 건강보험료가 급격히 오를 수 있다.

건강보험 관련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 도입이 빠른 시일 내 되다 보니 소위 '얇게 깔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건강보험 보장이 낮은 수준은 맞다"면서도 "그런데 급여화는 '치료가 필수적인지', '국민들이 많이 원하는 것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공약에 나온) 해당 치료들이 필수적이면서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탈모약 지원은 770억원, 연속혈당측정기 지원은 1000억원 정도의 재원이 들어갈 예정으로 추산된다"며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고민도 꼭 필요한 시점이라, 섣불리 공약을 발표하는 것보다는 건강보험 급여화시 공담분과 자기부담금을 조정하는 방안이나 바우처 지급 등 다른 방법도 옵션에 넣어 함께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건강보험 내 비급여의 급여화가 되려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7년 문케어를 시작할 당시 건강보험 보장 패러다임을 '비급여 해소'와 '새로운 비급여의 발생 차단'으로 설정하면서 실손보험 적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오히려 증가했다.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으로 '비급여 항목의 과잉 진료'가 꼽히는데, 일부 병원에서 수익 확보를 목적으로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는 진료를 늘리거나 과잉치료하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보 급여화가 이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비급여를 축소해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정책 방향은 긍정적이었으나, 결과적으로 건보 재정 악화와 실손보험 비급여 항목 적자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새로운 비급여는 계속 생겨날 공산이 커, 탈모·당뇨병 등 특정 질병에 대한 핀셋 보장이 확대되면 실손보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