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누굴 위한 선제타격인가
[홍승희 칼럼] 누굴 위한 선제타격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차 세계대전 최대 승전국은 미국이다. 표면상으로는 연합국의 승리지만 미국을 제외한 다른 연합국들은 결과적으로 전쟁에 이기고도 실질적으로는 얻은 것 없이 많은 것을 잃었다.

패전국인 독일, 일본, 이탈리아보다는 형편이 다소 나았을지 모르나 자국 영토가 직접 전장이 된 프랑스나 러시아, 중국은 물론이고 전투기 공습에 시달린 영국도 크게 나을 것 없는 상황이었다.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을 포함한 수많은 사상자가 나고 산업시설은 초토화됐고 더 이상 식민지 경영이 어려울 만큼 힘이 빠졌다. 덕분에 전후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차례로 많은 나라들이 독립했다.

2차 대전에 관여된 모든 나라들은 어떻든 죄다 피해를 입었지만 유독 미국은 다른 승전국이나 패전국들이 상실한 힘을 흡수하며 전후 승승장구했다. 참전 이전까지 미국은 유럽인들에게 신흥졸부처럼 여겨졌고 미국은 유럽에 문화적 동경을 갖고 있었지만 이런 구조가 완전히 뒤집어진 것이다.

이는 미국만 자국 영토에서 전쟁을 벌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의 하와이 공습이 있었지만 본토에서는 전쟁이 없었다. 오히려 전쟁물자 생산을 도맡으며 대공황 이후 고통의 터널을 막 벗어나기 시작한 경제는 극적인 호황을 누리게 되고 일본의 공습을 빌미로 미국의 영향력은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최종 승자가 되는 전쟁의 조건은 자국 영토를 전장화하지 않는 것과 산업시설을 활발하게 가동하는 것, 가능하면 동맹의 힘을 앞세우고 보급을 우선하는 위치를 갖는 것이라는 점을 2차 대전 중은 물론 전후 복구 과정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전쟁을 계기로 패전의 폐허 위에서 단숨에 재기할 수 있었던 일본이 될 것이다.

유럽에서는 같은 동맹이었던 독일과 이탈리아가 모두 항복을 선언한 이후에도 진기까지 끌어쓰며 항복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던 일본이 결국 본토에 원자폭탄 2발 얻어맞고서야 비로소 항복했다. 식민지 백성으로 극심한 인적, 물적 수탈에 시달렸던 당시 조선인들의 궁핍함은 말로 형언하기 힘든 수준이었지만 일본인들 스스로도 전쟁 막바지에는 있는 대로 쥐어짜서 무리하게 전쟁을 이끌어갔기에 전후 궁핍함은 자심했다고 한다.

원자폭탄이 투하되기 전에도 당시 미 공군의 B29 폭격기가 끊임없이 일본 영토에 폭격을 이어갔고 심지어 한반도 상공까지도 배회했다. 그 까닭에 일본의 산업시설들도 상당한 피해를 입어 독자적인 전후 복구가 힘들 지경이었다가 한국전쟁으로 기사회생했다.

2차 대전을 새삼 이렇게 자세히 뒤적여보는 이유는 요즘 대선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이 나오는 것을 보며 답답해서다. 선제타격론의 위험성을 말하면 북한이 먼저 미사일을 쏘면 공격당할 때까지 손 놓고 있어야 하냐고 반박하는데 선제타격의 진실을 제대로 알고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선제타격이 말은 그럴싸하다. 공격 조짐이 보이면 우리가 먼저 그 공격 기미가 보이는 곳에 공격을 가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 공격행동을 어떻게 정확히 파악하겠다는 것인지가 우선 문제다.

북한이 이미 미사일에 고체연료를 쓰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공격을 위한 사전 동작이 포착되기는 어렵다. 미사일이 발사되면 1, 2분 안에 서울이 초토화된다고 국민들에게 겁을 주려 하지만 실제 미사일 발사속도가 그 정도로 빠르지도 않다고 한다. 그 동안 우리의 방어능력은 발사 직후 파훼시킬 방어 공격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국방부는 밝히고 있다.

그런데 공해상을 향한 실험발사인지 아니면 우릴 향한 공격인지를 가늠하기도 전에 미사일 발사 징후가 보인다는 이유로 선제타격을 할 경우 당연히 양측이 서로 미사일을 쏘아대는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진다. 즉, 한반도가 곧바로 전장화 하는 것이다.

이는 남북한이 공히 회생불능의 피해를 입는다. 세계적인 경제강국이 된 한국은 다시 전후 폐허 상태로 되돌아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남과 북의 교전을 가장 반기는 나라는 일본이고 미국이나 중국 역시 한반도가 전장이 되는 것에 아쉬울 게 없다. 피해는 고스란히 한민족만 본다.

그런 위험을 초래할 선제타격을 국가 운영을 해보겠다는 정치인들이 가볍게 입에 올릴 말이 아니다. 어떤 경우라도 한반도를 다시 전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