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혁신 의심받는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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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동에서 저녁자리가 끝난후 대리운전을 호출하니 도통 잡히질 않는다. 택시도 마찬가지이다. 돈벌이가 더 된다는 배달 쪽으로 대거 옮긴다는 게 그 영향일까.

다음 날 식당에 놔두고 온 차를 가지러 가며 카카오택시 기사님과의 대화.

“카카오택시 운전할만합니까?”

–“이래라저래라 을이 된 기분이죠.”

“그래도 (카카오택시 앱 때문에) 손님 콜 횟수가 늘어나 더 나은 것 아닙니까?”

–“……”

기사 분과의 대화에서 필자는 그분이 버는 수익이 더 나아지냐에 관심이 있었지만 기사분의 답은 딴 데 있는 느낌이었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매출은 카카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기타 플랫폼’(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페이 등) 매출은 2540억원으로 카카오의 3분기 전체 매출은 1조7400원이다.

최근 류영준 사장의 먹튀 논란을 일으킨 카카오페이만 보더라도 매출 1149억원에 영업손실이 10억1700만원, 당기순이익은 19억원 적자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임원 8명은 카카오페이 상장 직후 스톡옵션 매각으로 878억의 수익을 올렸다. 그 직후 주가는 30%가 급락했고 고스란히 피해는 182만 소액주주에게 전가됐다.

유력 대선 후보 이재명씨도 최근 이에 대해 언급했다. 이 후보는 "류 대표와 임원들의 대량매각행위는 상장 한 달 만에, 코스피 200지수 입성 직후 동시에 이뤄졌다"며 "경영진으로써 주주 보호보다 매각차익 극대화에만 골몰한 도덕적 해이라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카카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애플의 혁신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와 같이 단순함과 편리함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 혁신의 모범을 보이는 듯 하지만 최근 모양새는 상장(IPO)을 활용한 자본이득이 주 사업목적인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이 자본이득도 주주와 직원이 아닌 경영진 이익추구에 집중돼 있는 형태다.

이러다 보니 카카오 사업구조의 혁신을 다시 들여다 보게 된다. 혁신을 가장한 것인가, 실제 혁신인가.

카카오의 또다른 금융계열사 카카오뱅크(이하 카뱅) 시총은 23조원이 넘는다. 은행 5개를 합친 것보다 많다. 6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신한지주(은행 포함 계열사 전체) 시총 20조원보다 많다. 카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800억원 정도다.

카카오 다시보기의 계기를 제공한 카카오페이는 어떠한가. 영업이익은 마이너스인데도 시총은 20조원가량이다. 제대로 실적을 내는 기업이 아님에도 상장 차익을 경영진들이 바로 실현한 것이다. 회사는 제 손으로 돈을 벌기보다는 자회사 상장을 통해 투자자 돈으로 제 배를 먼저 불린 셈이다. 경영진이 이리 먹튀를 해버리면 주주와 직원들은 어찌 그 회사를 믿으란 말인가. 카카오 노조의 경고는 의미가 있었다.

문제는 비단 카카오에만 이런 일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혁신보다는 자본 이득을 '단타' 형식으로 취하려는 태도가 증대하면서 거품이 끼고 경제전반에 부담을 주지 않을 까 걱정된다.

카카오가 최근 단독대표로 남궁훈 센터장을 내세웠다. 카카오는 지난 20일 오전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을 차기 단독 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남궁 내정자는 페이스북 글에서 "전통적인 사업 영역을 디지털로 혁신하려 했던 우리의 도전은 국민들 시선에서는 누군가의 땅을 침탈하는 것으로 보는 시선과 질타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나름 문제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련의 카카오를 둘러싼 사태로 카카오 경영진에 만연한 생각이 어떤 것인지, 직원들과는 공감될만한 조직문화인지, 자본이득에 혈안이 돼 한몫 잡으려 소비자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카카오 혁신은 현재진행중으로 플랫폼 업계 안팎에서 비판적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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