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D-1' 사고사 잇달아···노동계 "범위 확대·처벌 강화해야"
'중대재해법 D-1' 사고사 잇달아···노동계 "범위 확대·처벌 강화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초 광주 아파트 붕괴 이어 제철소·조선소 노동자 사망
'원청 책임 묻는' 중대재해법 27일 시행···산업계 초긴장
안경덕 노동장관이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경덕 노동장관이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 안전사고에 대해 원청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전히 현장 내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 속 직원들의 사고사가 잇따르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산재예방에서 나아가 강력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해 적용범위 확대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광주 HDC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인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포스코 포항제철소 용역사 직원 사고사 등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11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신축 중이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201동에서 23∼38층 16개 층 외벽과 내부 구조물 일부가 한꺼번에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상층부(28∼31층)에서 창호·미장·소방설비 공사를 맡았던 작업자 6명이 실종됐고 이 가운데 1명은 붕괴 나흘째인 14일 오후 지하 1층 난간에서 사망한 상태로 수습됐다. 이날 수색 과정에서 실종자로 추정되는 매몰자 1명을 더 발견하는 등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는 "동바리 미설치와 역보 무단 설치가 주요 사고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붕괴 원인이 부실공사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일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화성부 3코크스 공장에서 스팀 배관 보온작업자에 대한 안전감시를 하던 용역업체 소속 A(39)씨가 장입차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노동부 포항지청에 따르면 하역운반기계 차량으로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가 접촉돼 위험해질 우려가 있음에도 근로자를 출입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24일에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가공소조립 현장(2야드)에서 근무하던 50대 A씨는 리모컨을 이용해 크레인으로 3톤 철재물을 이송하는 작업을 하던 중 크래인 브레이크 오작동으로 크레인과 설비 기둥 사이에 끼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반복되는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책임자를 엄벌하고 책임을 분명히 물어 다시는 이와 같은 중대재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측이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외면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을 내팽개친 결과 매년 10명꼴로 노동자들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고 있다"며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수차례 수리를 요구하고 안전 장비가 식별 불가능할 정도로 노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이 그대로 강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이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이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각 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지만 수년간 지속돼온 산재 사망사고로 "늘 살얼음 판을 걷고 있지만 나아지는 게 없다"며 노동자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계는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주목하며 초긴장한 상태다. 이 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다. 38명이 숨진 2020년 4월 경기 이천 물류 창고 화재 등을 계기로 제정됐다. 

단, 상시 근로자가 5인 이상인 사업장에 적용된다. 산업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자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사업장이나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 현장은 유예 기간을 거쳐 2024년 1월 27일부터 법이 적용된다.

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사업주·경영책임자 '처벌'이 아닌 중대재해 '예방'에 초점을 맞춘 법이라고 강조하며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독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계에서는 법 시행을 반기면서도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 등 소규모 업체에는 법이 적용되지 않는 점 등을 비판하며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전날 중대재해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사업자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을 적용하고, 기존 법령보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명확히 했다. 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을 3년 유예하는 조항은 삭제됐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하한은 1년에서 3년으로 높였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중대재해에 대한 증거를 인멸했을 경우,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추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인허가권이나 감독권을 가진 공무원을 처벌하는 조항도 만들어졌다.

강 의원은 "광주에서 연이어 발생한 붕괴참사는 중대재해 발생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며 "당장이라도 법안을 논의하고 개정안을 통과시켜 노동자, 시민에게 일터에서 죽지 않을 권리를 돌려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시민단체인 권리찾기유니온도 "2020년 기준으로 전체 재해자의 33%, 사망자의 35%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라며 "중대산업재해로부터 시민과 종사자를 보호하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법이 적용되어야 할 곳이 바로 5인 미만 사업장"이라고며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안경덕 노동부 장관은 "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요인을 묵인·방치해 발생하는 사고는 예리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포항·광양제철소 등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포항·광양제철소 등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