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금리인상 없었지만···美연준 '매의 발톱' 너무 드러냈나
'깜짝' 금리인상 없었지만···美연준 '매의 발톱' 너무 드러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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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넘는 인플레 속 강한 고용시장"···'3월 인상' 공식화
파월 "금리 인상 꽤 올릴 여지 있어"···'매파'적 인식 확대
"향후 일정 불확실성 못 걷어" 지적···뉴욕증시 약세 전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사진= 플리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사진= 플리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격동의 금융시장과 급등하는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마주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3월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강하게 내비쳤다. 더욱 공격적인 연준의 조기 긴축 행보에 시장은 1월인상론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구상하기도 했으나, 이번 발표는 시장에서 예상할 수 있는 범주 내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하지만 성명 발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인상과 관련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당한 여지가 있다'는 발언 등 일부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에 시장은 급격히 출렁였다. 특히 금리인상 경로나 양적긴축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을 추후 회의로 미루겠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 우려를 걷어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깜짝 금리인상은 없었지만 시장은 놀랐다. 이날 뉴욕증시는 강세로 출발했으나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이후 약세로 전환됐다.

연준은 26일(현지시간) 이틀간 진행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미 연방 금리를 0.00%에서 0.25%의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산매입 규모 축소폭(매월 300억달러)을 유지해 오는 3월에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종료하겠다는 시나리오를 밝혔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2%를 훌쩍 넘어섰고, 노동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라면서 "FOMC는 '곧(soon)' 연방기금금리의 목표범위를 상향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인상 시점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다음 FOMC 정례회의가 열리는 3월이 첫 금리 인상 시작 시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CNBC는 "3월 금리인상을 본격 시사한 것"이라고 전했으며, AP통신은 "이르면 3월에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 3월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이는 지난 2018년 12월 이후 3년 만에 첫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준은 별도의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원칙'을 발표했다. 가장 강력한 통화 긴축 수단으로 꼽히는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는 지난해 12월 FOMC에서 처음 언급된 바 있다. 연준은 별도 성명을 통해 "양적긴축은 금리인상을 개시한 이후 시작한다"면서 "주로 재투자 금액 조정 등 예상 가능한 범위 내 진행하게 될 것이며, 미국 국채를 장기 보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연준의 발표는 시장의 예상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지난달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미국의 물가상승 흐름과 4% 미만의 실업률 등은 고용·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연준의 긴축 행보를 가파르게 만들었다. 특히 3개월 만에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에서 매파로 변모한 연준은 지난달 양적긴축까지 꺼내들며 시장을 더욱 압박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날 연준의 발표를 앞두고 이달 금리인상에 나서거나, 양적긴축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다행이라면 연준은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을 동시에 진행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란 의중을 내비치는 등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듯 보였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플리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플리커)

하지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장의 기대는 급격히 흔들렸다.

파월 의장은 현재의 경제상황이 종전 금리인상기와 매우 다르다는 점을 수 차례 강조했다는 점, 향후 모든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고려할 가능성과 향후 빅스텝(50bp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 금융여건의 긴축을 연준의 정책 변화에 따른 예상된 결과로 봤다는 점 등에서 시장은 보다 연준이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당한 여지가 있다(quite a bit of room)'의 발언이 시장에 큰 불안을 불러왔다. 

이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포워드 가이던스를 원했던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 경로 및 대차대조표 축소 등 향후 긴축 수준·경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자세한 채권 매각 방법 등은 향후 3~5월 두 어번의 회의를 통해 논의하면 구체적인 사항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발언대에 설 때마다 강력한 긴축 기조를 강조했던 것에 비해, 정례회의서 불확실성을 명확하게 걷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FOMC 정책 결정 내용이 예상에 부합하나,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파월 의장의 의중은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고 해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파월 의장은 현 상황이 종전의 경기 싸이클과 다르다는 점을 재강조했다"며 "향후 매 회의마다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매파적이었다. 올해 금리인상 4회 이상일 가능성이 높아졌고, 향후 시장이 6~7회 인상을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라는 "3월 금리인상 시사, 대차대조표 축소 원칙 발표 등은 예상에 부합한다"면서도 "앞서 자산매입 2월 종료를 예상했지만, 연준이 3월 종료를 결정한 것은 인플레이션 급등을 교정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정례회의 직후까지만 해도 미국 증시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기자회견이 진행되면서 하락 마감했다. 뉴욕증시는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으나, 기자회견이 진행되면서 급락했다. 오후 한 때 500p 이상 치솟았던 다우지수와 장중 최고 2% 이상 올랐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지수는 각각 0.38%, 0.15% 하락 마감했다. 장중 3% 이상 급등했던 나스닥지수(0.02%) 역시 겨우 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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