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규제 '수면 위로'···금융권 '환영' vs 빅테크 '난색'
빅테크 규제 '수면 위로'···금융권 '환영' vs 빅테크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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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평평한 운동장' 강조···페이 수수료 손질
빅테크 업계 "과도한 규제, 소비자 편익 역행"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플랫폼과의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br>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플랫폼과의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초대형 플랫폼을 무기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빅테크를 겨냥한 금융 당국의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와 빅테크 간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당국이 속도를 내면서다.

이를 두고 빅테크 업계는 금융 혁신이 후퇴하는 동시에 소비자편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빅테크와의 불균형 해소를 외치는 기존 금융권과는 대조되는 반응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플랫폼 간담회'에서 "테크기업과 금융사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넓고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겠다"며 "'동일 기능, 동일 규제'의 대원칙 아래에 금융플랫폼에 대한 감독방향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 당국 수장들은 업계와의 협상 테이블을 꾸려 공정경쟁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역차별이 존재한다는 금융사와 금융권이 소비자 편익을 등한시한다는 빅테크의 갈등이 평행선을 이어가자 당국 차원에서 규제 차별을 해소하려는 분위기다.

'동일 기능, 동일 규제'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 온 원칙이기도 하다. 고 위원장은 공정경쟁 기반을 통해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정 원장이 금융위와 발맞춰 새로운 감독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우선 당국은 간편결제 수수료가 합리적으로 정해지도록 공시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빅테크의 가맹점 수수료가 높은 데도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전자금융업자의 결제 수수료는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과 관련해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돼 왔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조정·공표하는 카드사와 달리 빅테크 결제 업체들은 수수료율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당국의 규제 움직임에 전날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는 일제히 수수료율을 인하하기로 한 상태다. 오는 31일부터 네이버페이 수수료율은 최대 0.2%포인트(p), 카카오페이는 최대 0.3%p 인하된다. 기존 카드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나 당국의 제동이 먹힌 모양새다.

당국이 갈등 해소에 총대를 메고 나서면서 금융권과 빅테크 사이에선 다른 기류가 읽힌다. 부수업무 확대 검토,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서비스 테스트 지원 등 규제 완화에 힘이 실린 금융권에선 '평평한 운동장'에 대한 기대감이 관측된다.

금융산업을 놓고 빅테크과 경쟁을 벌이는 은행업계에선 "데이터 경쟁력이 필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빅테크와의 규제 차이 해소는 필수적"이라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 차별을 인정한 당국이 이제라도 시장을 향해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면서 "차츰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은행들의 플랫폼 서비스 경쟁을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빅테크 업계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수수료 인하 압박 등에 대한 불만보다는 규제 모드로 달라진 당국의 스탠스가 걱정거리다. 금융복합그룹 규율 대상에 빅테크를 포함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는 터라 업계를 향한 규제가 본격화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빅테크 관계자는 "금융사와 빅테크의 다른 사업 환경이 고려되지 않은 채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이 강조되는 것은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빅테크의 빠른 성장은 그만큼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을 만큼 편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국은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겠다지만 갑작스러운 규제는 되레 소비자들의 편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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