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OMC發 충격에 韓 금융시장 '검은 목요일'···주식↓·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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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3%대 급락···환율 1200원 돌파 '18개월來 최대'
연준 긴축에 불확실성 증폭···LG엔솔 상장發 수급 불안 영향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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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박성준 기자] 국내 금융시장이 27일 미국발(發) 악재 등에 크게 휘청였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나란히 3%대 급락, 1년 2개월 만에 최저치로 고꾸라졌고, 원·달러 환율도 1200원을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가 시장 전반에 크나큰 공포로 작용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94.75p(3.50%) 내린 2614.49로 닷새 연속 하락세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일보다 보합인 2709.24에 출발한 후 초반 2720선까지 올라섰지만, 이내 반락한 뒤 낙폭을 빠르게 확대해 나갔다. 이날 변동폭만 108p에 달하며, 지수는 지난 2020년 11월30일(2591.34) 이후 1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투자주체별로 엿새째 '팔자'를 외친 외국인이 1조6382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지수 급락을 이끌었다. 지난해 8월13일(2조6990억원) 이후 5개월 반 만에 최대 순매도 규모다. 개인도 1712억원어치 순매도했고, 기관은 1조805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프로그램 매매에선 차익거래, 비차익거래 모두 매도 우위로 총 7668억6300만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증시 급락을 야기한 요인은 단연 간밤 공개된 미국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다. 

연준은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곧(soon)" 인상하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하고,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2%를 웃돌고 강한 노동시장으로 위원회는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인상하는 것이 곧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는 여건이 적절하다는 가정하에 3월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성명과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볼 때 3월 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이 이번 FOMC 회의를 다소 매파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증시 약세로 이어졌다"면서 "선물시장은 올해 연말까지 연준이 금리를 3.9회가량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었지만, 회의 직후 4.5회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FOMC에서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과 3월 금리인상 유력 전망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며 "외국인이 현·선물 매도 확대로 3% 이상 급락세가 연출됐다"고 분석했다.

'IPO 최대어'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에 따른 수급 불안도 급락장에 영향을 미쳤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 물량 중 절반 가까이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 추정되고, 거래대금 쏠림 현상도 심화됐다"며 "LG엔솔의 코스피 지수 편입을 앞두고 리밸런싱을 위한 매수·매도로 수급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도 일제히 급락하며 지수 부진으로 이어졌다. 대장주 삼성전자(-2.73%)가 닷새째 내림세를 지속했고, SK하이닉스(-3.40%), NAVER(-3.19%), 삼성바이오로직스(-5.94%), LG화학(-8.13%), 삼성SDI(-6.16%), 현대차(-1.84%), 카카오(-4.95%) 등도 동반 하락했다. 기아(1.80%)는 홀로 상승했다. 

LG에너지솔루션(-15.41%)은 상장 첫날 '따상'(공모가 2배 시초가+상한가)에 실패했지만, 공모가(30만원)보다 68.3% 상승한 5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 59만7000원에 출발 후 장 초반 45만원까지 하락했다가 오후 들어 50만원 선에서 움직였다. 

이로써 시가총액 118조1700억원으로, SK하이닉스(82조6282억원)을 밀어내고 시총 2위로 올라섰다.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하락 종목(856곳)이 상승 종목(61곳)을 압도했고, 변동 없는 종목은 14곳이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2.86p(3.73%) 내린 849.23으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2.14p(0.24%) 오른 884.23에 출발한 뒤 이내 하락 반전하며 장중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기록한 지수는 지난 2020년 11월17일(839.47) 이후 최저치다. 

셀트리온헬스케어(-5.36%)를 필두로 에코프로비엠(-0.73%)과 펄어비스(-5.86%), 엘앤에프(-11.07%), 카카오게임즈(-6.81%), 위메이드(-5.10%), HLB(-4.49%), 셀트리온제약(-6.05%), 씨젠(-6.24%), 리노공업(-0.88%) 등 시총 상위주가 모두 뚜렷한 하락세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1200원의 '빅피겨(큰 자릿수)'를 넘어섰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거래일(1197.7원)보다 5.1원 오른 1202.8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0년 7월20일(1203.2원)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또, 심리적 경계선인 12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7일(1201.5원) 이후 14거래일 만이다.

무엇보다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메시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 또, 이날 환시에선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재료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렸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마감시간 기준 96.7을 돌파했다. 

위안화도 절하폭이 컸다. 미·중 갈등 격화와 중국 당국이 헝다(에버그란데)그룹을 해체하는 가닥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안화 가치도 달러당 6.33위안까지 큰 폭으로 내렸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200원 빅피겨를 뚫어내면서 연휴 직전 쏟아진 네고(달러 매도) 물량은 환율 상단을 제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오후 환율이 경직된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는 강력한 글로벌 달러 강세 압력에도 불구하고 설 연휴 직전 네고 물량이 출회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경계심리도 높아질 수 밖에 없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정부의 움직임도 상단 제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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