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LG이노텍, 미래 먹거리 'FC-BGA' 경쟁 본격화
삼성전기·LG이노텍, 미래 먹거리 'FC-BGA' 경쟁 본격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전기 1조원, LG이노텍도 4100억원 투자
고성능 중심 반도체 수요 증가에 주도권 확보 경쟁 점화
(왼쪽부터) 삼성전기, LG이노텍 사업장 모습 (사진=각 사)
(왼쪽부터) 삼성전기, LG이노텍 사업장 모습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미래 먹거리로 고집적패키지기판(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에 집중해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파에 디지털화가 급진전하면서 수요가 급증한 기판 시장을 집중 공략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지난 22일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시설 및 설비에 4130억원 투자를 결의했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은 오는 2024년까지 FC-BGA 시설 및 설비를 구축하고 향후 고객사 물량 확보량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가 증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LG이노텍은 지난해 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관련 사업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고, 같은 해 11월 사업담당과 개발담당 등 임원급 조직을 신설하며 사업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FC-BGA 사업의 높은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LG이노텍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FC-BGA와 제조 공정이 유사한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 5G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등 통신용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노하우가 있는 만큼 기술력은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다.

LG이노텍은 반도체 기판 사업 역량을 활용해 FC-BGA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손길동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전무)는 "모바일에서 서버와 PC, 통신네트워크, 차량 등으로 기판 사업 분야를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하며 고객 가치 제고를 위한 고객 경험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도 베트남 생산법인에 내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FC-BGA 관련 생산설비 및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반도체 고성능화 및 패키지 기판시장 수요 증가에 따라 FC-BGA 기판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현재 월 1만6900㎡의 생산능력은 2만㎡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투자는 삼성전기의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성 옌빈산업단지에 이뤄진다. 삼성전기는 베트남 정부로부터 승인 및 주요 계약에 대한 투자 허가를 발급받은 바 있다. 투자 금액은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집행할 계획이다. 

삼성전기는 또 FC-BGA 제품 고도화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안정훈 삼성전기 패키지지원팀장(상무)는 지난달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전화회의) 콜에서 "베트남 투자 건과 별개로 고부가 서버용 FC-BGA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FC-BGA 기판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반도체 패키지에 주로 쓰이는 고사양 제품이다. 최근 전기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스마크에 따르면 반도체 기판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FC-BGA 기판 비중이 47%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반도체 기판 중 가장 만들기 어렵고 높은 기술 숙련도를 필요로 하는 만큼 진입장벽이 높아 수요가 공급보다 높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디지털화가 급진전하면서 수요가 더 높아졌다. 기술력과 고객사 확보만 뒷받침된다면 미래성과 수익성이 담보되는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미래 사업으로 FC-BGA 기판 시장에 주목한 배경이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두 회사 모두 탄탄한 실적 성장세에 있는 만큼 향후 관련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도 예상된다. 양사는 지난해 각각 MLCC와 카메라모듈 등 주력 사업의 호황을 바탕으로 영업익 1조원 달성에 성공했다. 특히 삼성전기의 경우 매출 9조원 시대를 열었고 LG이노텍도 10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가 추정하는 삼성전기의 올해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0조3975억원, 1조6972억원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대비 매출 7.5%, 영업이익 14% 각각 늘어난 수준이다. LG이노텍의 경우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16조2518억원, 영업이익은 12.5% 늘어난 1조4217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초기 생산물량 확보가 주효한 부품사업 특성상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 경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FC-BGA의 공급 부족은 IT 기기 성능이 고도화되고, PC, 네트워크 등의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향후 몇 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성능 반도체기판 공급 부족이 향후 몇년간 지속되며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지난 24일 "전 세계 반도체 제조사들과 정부들이 반도체 제조 능력을 유치하고 구축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부품의 부족은 몇 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유니마이크론(ABF기판(FC-BGA)을 만드는 대만 기업)의 주가는 지난 3년 동안 10배 이상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