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화폐전쟁 일어날까?
[홍승희 칼럼] 화폐전쟁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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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란 종종 도발주체나 관전자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현재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당초 초단기간에 끝낼 예정이었던 러시아의 계획이 어그러지고 또 관망하던 서방세계의 예측도 벗어나며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당초 양국의 매우 큰 전력 차이로 인해 모두가 러시아의 일방적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였으나 우크라이나 정부나 국민들의 조국수호 의지가 매우 강력해 예상을 뛰어넘는 투지로 버티면서 러시아는 전력을 쏟아 부어서라도 전황을 바꾸려 들고 있다. 그에 따라 위기감이 커진 유럽이나 미국 또한 우크라이나를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게 됐다.

나토 가입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대한 병력 파견은 힘들더라도 군수물자 보급에는 너나없이 나서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에는 없었을 각국의 무기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전시장화 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패전국으로서 몸을 사리며 분쟁지역에 무기 수출을 하지 않던 독일이 전략을 바꿔 대량의 무기를 공급하기로 했고 유로존의 주도권을 두고 독일과는 라이벌 관계인 프랑스도 매우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서고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은 이미 친러 정부가 들어선 벨라루스를 제외하면 모두가 다음 차례는 자국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힘닿는 대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한국 역시 당장 무기지원까지는 몰라도 국제사회 분위기에 보조를 맞추며 군복 및 의약품 등 1천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병력에서도 열세일 수밖에 없는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의용병 모집에 나서자 하루·이틀 만에 수천 명의 지원자가 각국에서 몰려가는 움직임을 보이자 각국 정부는 저마다 이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도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응원 분위기와는 달리 러시아 군은 일단 대다수 병사들이 전장으로 끌려가는 줄도 모른 채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데다 단기전을 예상하고 보급선 확보도 안 되어 있어서 사기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에서 군의 사기는 전황에 결정적 변수가 되곤 한다는 점에서 당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던 이번 전쟁의 예측을 더욱 빗나가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당초 병력 파견은 없다고 못 박음으로써 러시아가 안심하고 침공에 나서도록 부추긴 꼴이 된 미국은 오로지 금융제재로만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지만 그 압박 강도가 예상보다 상당히 강력하다는 평가다. 다만 러시아는 이런 미국의 금융제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큰 변수다.

이미 크림반도 침공 시에도 한번 경험한 것이고 그보다 더 강한 제재도 각오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물론 단시일 내에 전쟁을 종식시킴으로써 얻을 것만 얻고 발을 빼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 힘을 빼려던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고 그에 따른 당혹감이 여러 징후들로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중국과는 사전 합의를 한 대목들이 여럿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향후 세계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오며 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결제시스템에서 러시아가 배제됨으로써 현재 중국이 추진하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으로 갈아탈 경우 현재의 국제무역질서에 격변이 일어날 수도 있다.

이 경우는 시장 규모가 확연히 차이나는 두 나라 사이에서 러시아의 입지가 매우 좁아진다는 위험부담을 지면서까지 중국의 기존 시스템에 통합되는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미국 중심의 금융시스템에서 철저히 배제되면 그럴수록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국제금융시스템은 결국 양분되는 단계로 나아갈 수도 있다.

전 세계가 생산 밸류체인으로 긴밀하게 묶여있는 현 단계에서 과거와 같은 진영싸움이 마냥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도 불확실하지만 어쨌든 시스템의 분화가 이루어지면 국제금융거래는 보다 다층적인 형태로 변모하며 서로 더 많은 참여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새로운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는 안타깝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가 좀 더 파멸적 경제상황에 내몰려 중국의 패권주의에 힘을 보탤 여력이 없어지는 게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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