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환율전망] 1년9개월 만에 1220원 뚫린 환율···위험회피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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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10시13분 1224.8원···우크라 사태 장기화 우려↑
유가 배럴당 130달러↑···외인들 셀코리아에 코스피 휘청
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서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되는 것은 물론,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 속에 이번 주(7~11일) 원·달러 환율은 상단 고점을 계속해서 두드릴 전망이다. 특히 이날 환율이 개장과 함께 1년9개월 만에 1220원도 뚫어내는 등 동유럽발(發) 지정학적 리스크 공포에 외환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10시13분 기준 전거래일(1214.2원)보다 10.6원 오른 1224.8원으로 거래되고 있다. 환율이 1220원 이상 오른 것은 지난 2020년 6월2일(1224.0원)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이날 환율은 4.8원 갭업한 1219.0원으로 개장해 오전 중 오름폭을 계속해서 키우고 있다.

환율이 이처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동유럽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대(對) 러시아 제재가 강해지면서 전쟁 양상이 더욱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천정부지로 올라선 인플레이션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외교적 수단을 이용하든, 군사적 수단을 이용하든 우크라이나에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11일째 이어졌으며, 지난 주말 중 양측의 임시 휴전 합의에도 전선 간 교전은 계속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대 러시아 제재는 더욱 강화됐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추가 제재 방안 가운데 하나로 유럽 동맹국들과 러시아의 원유 수출 금지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의 러시아 보이콧이 이어지는 가운데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러시아 및 벨라루스 추방을 주장했으며,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IMF 특별인출권(SDR) 퇴출을 주장했다.

이처럼 전쟁 위기가 지속되면서 외환시장에선 위험자산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4일(현지시간) 98.67로 마감해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이날 아시아 역외시장에서 99선까지 넘나들고 있다. 코스피 역시 외인 투자자들이 '셀코리아(한국 주식 매도)'에 나서면서 코스피 또한 1%대 급락세를 보였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이날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해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란 핵 합의 복원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가 상승 압력을 제한하는 듯 보였지만, 러시아를 향한 금융 제재는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사실상 어렵게 만들며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로 연결되고 있다.

전쟁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코로나19가 첫 발생했던 때의 1240원까지 상단 고점을 높일 수도 있다는 관측과 일시적 움직임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동시에 제기된다. 외환당국에서도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놓으면서 당국 개입 경계감이 나타날 수 있다.

한 은행권 외환 딜러는 "국제유가의 급등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전세계의 경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는 이미 높은 물가 흐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으로 나오게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대선,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나홀로 달러 강세의 흐름을 끊을 수 있는 대내외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단기적 쇼크에 고점이 1240원을 넘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일시적 흐름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 김승혁 NH선물 연구원

러시아의 꾸준한 군사 도발 속 서방진영의 대 러시아 제재가 강해지는 것을 반영해 환율은 레인지 상단을 탐색하며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 상승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제재 대상에 추가하지 않았던 러시아산 원유가 수입금지 대상에 올랐지만, 러시아는 이에 굴하지 않고 원전 공격, 물리학 연구소 원자로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대응을 지속했다.

양보 없는 갈등 상황 속 역외 결제 수요(달러 매수) 흐름이 지속돼 상단 압력을 더욱 높일 전망이다. 다만 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있는 것으로 볼 때 현재의 1220원 수준에서 크게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도 경기 둔화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향후 열릴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곧바로 긴축 전환하기에도 어려워 보인다.

달러인덱스 역시 99선까지 올라섰지만, 이는 러시아의 추가적인 원전 군사 공격 등에 따른 오버슈팅에 나선 면도 없지 않다. 결국 위험회피 심리 흐름이 소폭 완화되면서 원·달러 환율 기준으로는 1210~1220원 수준에서 머무를 것으로 예상한다.

▲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 1193~1206원

원화는 약세, 달러화는 강세 속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 초반의 횡보세를 지속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회담 가능성에, 파월 연준 의장의 0.50%p 금리인상 가능성 제한 등에 상승폭이 제한됐으나, 국제유가 급등 및 달러 강세 분위기 속 연준 긴축 경계감은 계속되고 있다.

이머징 통화의 경우 차별화가 나타난다. 중국 위안화는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주간으로 스위스 프랑화, 일본 엔화 등 안전자산 통화와 비교해도 강세를 보였다. 한국 원화, 대만 달러화 등 아시아 수출국 통화는 위안화와의 연동이 점차 약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원화와 위안화 간 디커플링을 보면 무역수지로 대표되는 수급상의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무역수지가 2월 소폭 흑자 전화에 성공해 다소 호전될 것으로 보이나, 중국은 선진국과 달리 방역정책이 강경해 중국인 해외여행 본격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국 내 달러 유출을 막는 효과로 코로나 이후 지속되고 있는 여행수지 적자폭 축소 흐름으로 이어질 전망이며, 이는 견조한 경상수지의 흐름을 지지하면서 위안화 강세 요인으로도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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