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發 '물가 쇼크'에···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엄습'
우크라發 '물가 쇼크'에···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엄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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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원자잿값 '고공행진'···환율 1230원 넘어서
對러 제재에 글로벌 경제 공포심리↑···韓경제 악영향
10년 만에 4%대 물가 전망까지···성장률 하락도 제기

 

지난 4일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0(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통계청의 2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30(2020=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 상승했다.(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가 이전보다 강한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세계가 '물가 쇼크'에 떨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5개월 연속 3%대 물가상승률을 넘어 4% 벽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여기에 수출 위축 등이 현실화하고 소비도 떨어지면서 성장률이 내려가는 등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38개 회원국의 지난 1월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991년 2월 이후 3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초부터 주요국 물가 상승을 견인한 석유 및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류 가격 상승에 따른 결과다. OECD 회원국 1월 평균 에너지 물가는 같은 기간 26.2%나 급등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3.6% 상승해 OECD 회원국 물가 오름폭 중에선 29번째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물가 예측들을 보면 올해 1분기에 물가가 정점을 찍은 뒤, 하반기 들어 천천히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같은 기대를 모두 뒤집었다. 전쟁으로 세계 에너지·곡물시장에 비중이 높은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수출에 차질이 빚어진데다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에 미국,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동참하고 있다.

실제로 에너지·원자잿값 급등세는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 간밤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장중 한 때 각각 130달러, 137달러까지 치솟으며, 지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브렌트유와 WTI 선물은 1년 전보다 각각 58.4%, 58.8%나 뛰었다.

또한 지난달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수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0년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을 대표하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가격도 연일 폭등 중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3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를 포함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로 급등해 우리 경제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 전망을 기존 2%대에서 3.1%로 대폭 끌어 올렸지만, 이런 전망엔 우크라이나 사태는 반영돼 있지 않다.

전쟁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는 점도 악재다. 대표 안전자산인 달러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20년 5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1230원을 뚫어냈다. 이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수입품의 가격 부담이 더욱 높이고, 국내 물가를 높이는 재료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해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 원화 약세 압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미 우리나라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3.7% 상승했다. 한은 물가목표치(2%)를 가볍게 웃돈 것은 물론,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3%를 넘었다. 5개월 이상 3%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지난 2010년 9월 이후 10년 만이다. 여기에 글로벌 인플레이션까지 높아지면서 이달 물가상승률이 4%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만약 소비자물가가 4%대로 올라선다면 지난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고(高)물가에 대한 우려 및 커지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우리나라의 경기 회복 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우리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신흥국의 경제 회복은 글로벌 교역 정상화에 따른 수출 확대로 비롯된 것이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로 글로벌 경기가 다시 위축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은 향후 한국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유가 급등은 우리나라 수출의 핵심인 제조업 생산단가를 높여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수출마저 흔들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최근 국제유가를 비롯한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이 돌고 돌아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하고 있는 3%를 밑돌아 2%대 중반을 하회할 수도 있다"면서 "다만 물가상승률은 상당히 높으면서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역성장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결국 상반기 우리 경제는 높은 물가 오름세 속 성장세가 둔화되는 '슬로우플레이션'이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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