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尹 인사권 갈등에···한은 차기 총재 인선 '안갯속'
文-尹 인사권 갈등에···한은 차기 총재 인선 '안갯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구 정권 이양 초반부터 인사권 문제 둘러싼 신경전
청문회 등 고려할 때 4월 금통위서 총재 부재 '불가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사진= 박성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한국은행 총재의 공백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차기 총재 임명 등 인사권을 놓고 현 정부와 차기 정부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이 향후 높아진 대내외 불확실성을 헤쳐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총재 공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16일 정계에 따르면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하기로 했던 오찬 회동이 무산됐다. 이날 양측의 회동에서 한은 총재를 비롯한 인사권 문제에 대해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당일 전격 연기됐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모두 실무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권 인수인계 과정 초반부터 파열음이 연출된 것이다.

가장 시급한 인선은 차기 한은 총재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임기는 이달 31일로 종료된다. 한은 총재 자리는 한 차례만 연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8년간 한은을 이끌어 온 이 총재는 더 이상 맡을 수 없다. 이에 당장 차기 총재 후보를 선정해 조속히 선임한다고 해도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 등을 감안할 때 내달 14일 개최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한은 총재 없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한은 총재 없이 열린 금통위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통상 인사권을 가진 청와대는 한은 총재 임기 한 두달 전으로 차기 총재를 지명해왔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선거와 맞물리면서 인사를 단행하지 못했다. 이는 정권이 마무리되는 현 시점에서 단독으로 인사를 진행하기 보다, 대통령 선거 이후 차기 정권을 이끌 당선인과의 협의를 통해 인사를 단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금융권에선 차기 한은 총재로 중립적 인사가 발탁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차기 총재 인선에 상당한 시간이 지체된 만큼, 실질 인사권을 가진 현 정권과 앞으로 협치해 나가야 할 차기 정권 모두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후임 총재 후보로 이승헌 한은 부총재와 윤면식 전 한은 부총재 등 한은 내부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통화정책 운용의 연속성은 물론,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데에 이해도가 높아서다. 아울러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 김진일 고려대 교수 등도 정치적 부담이 적은 주요 후보군으로 언급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인사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총재 공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중립 인사가 차기 총재로 임명될 것이란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에 차기 총재 인사를 보류해달라는 요청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청와대는 이같은 인사권 협의 요구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15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오는 5월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이고, 임기 내 주어진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한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에서 자칫 총재 공백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5개월째 3%대(전년동월대비) 상승폭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유가 등 에너지·원자재 가격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등 물가상승압력이 상당한 수준이다. 또 미국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금통위 내부에서도 금리인상 속도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한은 총재 부재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만, 한은은 총재 공석이 통화정책 결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지난 24일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 의장의 역할을 생각할 때 (한은 총재의 부재)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통화정책은 합의제 의결기구인 금통위가 자율적이고 중립적으로 경제 금융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운용한다. 공백이 있다고 해서 통화정책이 멈춘다든지, 실기한다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총재 공백 시 총재직 권한대행은 한은 정관 제15조 4항에 따라 이승헌 부총재보가 총재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또한 금통위는 한은법 제14조 2항에 따라 오는 24일 회의에서 4월1일~9월30일 기간동안의 금통위 의장직 직무를 대행할 위원을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금통위는 미리 직무대행 순번을 정해놓기 때문에 이달 말까지는 서영경 위원이 직무대행을 맡고, 다음 차례는 주상영 위원이 맡게 된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