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경제 진영 간 장벽 생기나
[홍승희 칼럼] 경제 진영 간 장벽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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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주를 넘기면서 현재 중국과 북한을 제외한 전 세계가 러시아와의 경제교류를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제무역결제가 중단되면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거래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은 규제를 받는 러시아, 중국, 북한을 자연스럽게 하나의 경제블록으로 묶고 있다. 아직 중국은 북한이나 러시아처럼 규제를 받고 있지 않지만 중국의 대·러 지원을 감시하며 경고하고 있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로 향후 전개과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반미 3국 경제블럭이 고착화될 가능성은 여전하다.

러시아는 전쟁 개시 이후 해외 자산 동결 등으로 외환거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첫 번째 국채상환은 어떻게든 넘겼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버텨낼지 알 수 없는 지경으로 몰리고 있다. IMF 국제기구들은 러시아의 디폴트를 당연시 하며 언제 발생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기화하고 있는 미`중 갈등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더해져 국내 경제침체가 심각한 중국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금리인상 추세를 보이는 것과 반대로 금리인하 카드를 들고 나오는 실정이다.

장기간 국제규제를 당하는 북한이야 어차피 국제적 추세와는 별개로 움직일 터다. 다만 교역 가능한 국가가 실상 중국과 러시아뿐인지라 3국 블록 참여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추세로 가면 또다시 철의 장막, 죽의 장막이 부활하는 신냉전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3국은 저마다 이런 장막으로의 회귀를 피하기 위한 시도를 포기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세계 최강대국 지위를 포기할 수 없는 미국은 3차 세계대전을 막으면서 중국의 더 이상의 성장이나 구 소련의 부활을 묵과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물론 우-러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유럽이 러시아와의 관계 중단 상태를 계속해 나갈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다른 지역도 아닌 유럽에서 코앞까지 위협을 받은 이번 전쟁의 여파는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전쟁들과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높긴 하다.

팬데믹 후유증으로 경제적 타격이 심한 유럽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신냉전시대로 돌입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으나 아직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구 소련이 하나의 중심축을 이루었다면 신냉전시대가 올 경우 이번 전쟁으로 인해 경제적 몰락으로 내몰리는 러시아를 대신해 중국이 그 중심축이 될 수 있고 그런 중국을 유럽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향방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단 우-러 전쟁을 빠르게 종식시키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집중적으로 무기공급을 함으로써 전쟁을 조기 종식시키고 대 중국전략에 더 집중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럴 경우 북`중`러 3국 경제블럭이 제대로 힘을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

아직 첨단기술 부문에서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기술적 한계로 중국은 미국의 봉쇄가 강화되면 성장지체를 겪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제까지 미국의 국제전략은 적을 멸절시키는 방식 대신 적을 약화시킴으로써 미국의 세계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방식을 선호했다. 전 세계 어디에선가는 반드시 미국의 적대세력을 발견해내고 끊임없이 미국 국방물자를 소비해왔다.

이미 미국의 국방력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바로 견줄 수 없는 수준임을 미군의 직접 개입이 없었던 이번 우-러 전쟁에서도 여실히 보여줬다. 그에 비해 세계 2위라던 러시아의 국방력은 수많은 허점을 노출했다.

이제 미국은 경제력으로도 그런 상황을 만들려 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물론 미국은 세계 최강 경제력을 갖고 있었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다른 국가들이 목 끝까지 추격하도록 수수방관하다가 한차례씩 그 예봉을 꺾으며 다른 나라들이 2위 자리를 두고 다투도록 유도했다. 그 2위 자리 자체를 약화시키는 새로운 전략으로 바꿔가고 있다.

이런 미국의 정책변화로 인한 불똥은 한국에도 미치고 있다. 이미 미국을 앞서는 교역상대국이 된 중국이나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어가던 러시아를 빼앗기게 생겼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과연 이런 정세 속에서 어떻게 국익을 최대화하며 독자적 외교 영토를 확보해나갈 수 있을지 근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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