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국민은 답답, 쿨하게 만나라
[데스크 칼럼] 국민은 답답, 쿨하게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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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관이다. 대리급 직원이 회사를 나가도 이렇게까지 인수인계가 안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통령직은 국가 최고지도자 자리인데 안보만큼 위협적인 대한민국 시스템의 문제를 보여준다.

더욱이 국민통합과 협치를 강조해 놓고도 하나부터 열까지 현재 시간 기준으로 시원하게 풀린 게 없다.

국민은 피곤하고 답답하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 끝났지만 그 보다 더한 비호감을 감수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국민이 주인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수사일 뿐, 그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일들이 정치권에서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이전이 좌절돼 청와대가 비토권을 행사한 데 기분이 나빠진 것이라면 속좁은 것이다. 아무리 당선인이 자신의 신념으로 청와대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는 의지이지만 안보 우려가 나오면 잠시 청와대에 머무른 후 조건이 성숙한 후 이전을 못하란 법이 있는가. 그래 통의동에 있겠다 했으니 방탄유리 새로 깔고 그것도 오케이다.

한은 총재 지명만 해도 이창용 IMF 국장만큼은 상호 이견이 없을 거란 관측이 초기에 나왔고 청와대는 이를 발표하면서 당선인 측과 협의했다고 했다. 하지만 당선인 측은 전혀 협의한 바도 추천한 적도 없다고 한다. 당혹스럽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그런 사인 정도로 해석하고 지명했다는 뜻인지, 정말로 협의한 적도 없는 것인지.

후보 지명에도 이미 한은 총재 자격으로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기에는 늦었다. 국회 청문회 등 일정을 감안하면 어렵다. 물론 총재가 공석이어도 회의는 진행될 수 있고 통화정책이 바로 좌초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물가 상승 압박이 어느 때보다 크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세계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아직 대통령과 당선인은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만난 적도 없는데다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이전 등 사사건건 부딪치는 모양새라 지켜보는 이는 조마조마하다. 한은 총재 외에도 2명의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걸로 알려진다. 감사위원 인사에 더 첨예한 갈등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신구 권력의 갈등을 예상치 못한 이가 어디 있겠는가.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고 이번 선거에 참여했다면 앞으로도 두 권력의 갈등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으리라는 정도는 안다. 그래도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양측에서 협치와 국민통합을 내걸고 국민에게 애걸하지 않았던가. 당선인의 통합하겠다는 현수막은 지금도 걸려있다. 

지금 상황은 협치도 아니고 국민통합을 위해 나아갈 정도(正道)도 아니다. 상황이 이러면 결국 실무진에서 협의를 멈추고 대통령과 당선인이 일단 만나 톱다운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보는 게 타당해 보인다. 지금으로선 유일한 길이다. 모양새만 안좋아질게 뻔한데 왜 만나느냐 하겠지만 이는 국민 앞에서 약속한 협치와 통합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나 그 과정을 공개하고 설령 합의에 이르지 못해도 협치의 모습을 보여줘야한다. 협치의 과정, 노력하는 모습을 국민은 검증하고 싶다. 초기부터 삐걱거리는 지도자의 모습을 실무진의 변명이 아닌, 그 실체를 하루라도 빨리 파악하고 싶다. 그리고 국민들은 지방선거든 그 이후이든 또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고 싶다.

한은 총재 지명을 포함해 대통령의 인사권은 임기까지로 정해져 있다. 다만 새 정부 출범이 임박하다 보니 원칙 고수보다는 때론 유연한 협의가 필요한 것이다. 안보를 이유로 국방부 이전에 불가피하게 협조할 수 없었다면, 또 그만큼이나 중요한 대통령직 인수인계는 협조해야 하는 게 타당하다.

상호 협의와 타협이 필요한 것인데 "그래 결국 니가 알아서 정했는데 어쩌라구" 하는 식이면 하수 정치인이다. 그런 정치인과 지도자는 믿고 따르고 싶지 않다. 누구 잘못인지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다.

작금의 상황이 그리 대장노릇하기에 한가한가. 전환기 이슈는 피상적이 아니라 체감될 정도로 이미 왔다. 코로나19 확산에 의료체계 한계에 고통을 느끼는 환자와 의료진, 3년째 방역정책을 믿고 따라주다 거리로 내몰리게 된 소상공인, 세계질서 재편에 따른 공급망 붕괴, 물가상승 압박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부동산문제와 청년미래 등 무엇 하나 절박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남북문제와 통일 이슈는 안보와 직결되면서 항상 우리를 짓누르고 있음에도 쉽게 간과된다.

쿨하게 만나라. 국민들이 합의에 이르는 것보다 더 보고 싶어하는 것은 협치하고자 하는 진정성과 그 모습이다. 김치찌개는 기자가 아니라 대통령과 먼저 먹는게 나을 것 같다. 나를 임명한, 나를 만들어 준 그 대통령을 만나는 게 겸연쩍은 것일까.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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